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뚜껑별꽃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뚜껑별꽃'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뚜껑별꽃
11월로 접어들면서 겨울옷을 꺼내 입지 않으면 안될 만큼 추워졌습니다.


이 시기에는 열매를 맺지 못한 가을꽃들이 드문드문 보이지만 거의 끝을 향하고 있습니다. 들꽃을 따라가다 보니까 벌써 일 년이 거의 지나버렸습니다. 그러나 다른 일정 때문에 보지 못해서 지나쳐버린 꽃들이 많습니다. 두어 달 후면 다시 봄꽃들이 시작되겠지만 보지 못한 꽃에 대한 아쉬움은 늘 남습니다. 그 가운데 기다려지는 꽃 하나가 이름이 재미있는 뚜껑별꽃입니다.

뚜껑별꽃을 처음 만난 것은 오름 오르기를 즐겨할 때인 7년 전이었습니다. 제주의 동부지역 모 오름에서였는데 봄볕에 비친 모습이 이런 꽃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워 한참을 바라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로 꽃을 보기 위해 그 오름을 몇 번이고 오르곤 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뚜껑별꽃이 바닷가에 자라고 더욱이 제가 사는 동네 해안가에도 있었습니다.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을 모르고 먼 곳을 다녔던 것을 생각하면서 황당하기도 했고 다음부터는 바로 근처에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했습니다.

개별꽃, 쇠별꽃, 별꽃 등 흔히 별꽃이라 부르는 꽃들은 석죽과 식물입니다. 그러나 뚜껑별꽃은 별꽃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이들과 전혀 족보가 다른 앵초과의 한해살이 풀꽃입니다. 아마 뚜껑별꽃의 꽃이나 잎이 별꽃 종류와 비슷해서 그런 이름을 얻은 모양입니다. 뚜껑별꽃속 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24종이 온대와 열대에 걸쳐 분포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와 추자도 그리고 전라남도의 일부 섬에 뚜껑별꽃 1종만이 자랍니다.

제주에서는 해안가나 저지대 오름의 양지바른 풀밭으로 가면 볼 수 있습니다. 줄기는 여러 개가 뭉쳐서 옆으로 뻗다가 끝이 비스듬히 하늘을 향하여 자라고 키는 다 크면 30cm 정도입니다. 잎은 달걀 모양으로 자루가 없이 줄기에 붙어 있으며 표면은 약간의 광택이 있어 햇볕 아래에서 더욱 빛이 납니다.

4월이 되면 파란빛이 강한 자주색 꽃을 피우는데 5월까지도 볼 수 있습니다. 봄에 피는 꽃들은 대부분 흰색이나 노란색으로 비교적 옅은 색인데 뚜껑별꽃은 파란빛이 강한 자주색으로 짙은 색을 띠는 것이 특이합니다. 잎겨드랑이서 꽃자루가 나오고 그 끝에 꽃이 1개 달리는데 꽃잎은 5개로 봄 햇살에 살포시 내려앉은 별을 닮았습니다.

속내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뚜껑별꽃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술대의 붉은 털은 5개의 수술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꽃잎 안쪽의 꽃술 주위에는 흰색, 보라색, 검푸른색의 둥그런 띠가 차례로 만들어져 노란색의 꽃밥과 함께 절묘한 색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것은 꽃가루받이를 위한 전략이겠지만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어서 관상용으로 개발해도 충분할 듯합니다.

뚜껑별꽃1
뚜껑별꽃이라는 이름은 열매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열매가 익으면 종자를 퍼뜨리기 위해 꽃받침 가운데 부분이 갈라지고 뚜껑처럼 열리는 모습에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모양입니다.

그리고 보라색은 아니지만 보라색에 가까운 파란색 꽃잎 때문에 보라별꽃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봄을 알려준다는 의미로 별봄맞이꽃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예쁜 이름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뚜껑별꽃이 얼마나 사람들의 눈을 매료시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명으로 Poor-Man-Weatherglass라 한 것을 보면 서양에서는 뚜껑별꽃이 피는 것을 보고 날씨를 짐작했던 모양입니다. 실제로 흐리거나 날이 저물면 꽃잎을 다물고 햇볕이 비춰야만 활짝 열립니다. 그래서 학명 Anagallis arvensis 의 속명 Anagallis는 '해가 뜨면 다시 핀다'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종소명 arvensis는 '야생의'라는 뜻이라 합니다. 정리해보면 뚜껑별꽃은 '해가 떠야 꽃잎을 다시 여는 꽃'이 됩니다. 학명에서도 날씨에 민감한 뚜껑별꽃의 특징을 볼 수 있습니다.

뚜껑별꽃의 꽃말은 추상(追想)입니다. 봄날의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소리로 들립니다. 추억하면 살 수 있다는 것만큼 흐ant한 일은 없을 듯합니다. 특히 한해가 끝나갈 무렵에는 기분 좋은 일이든 아쉬운 일이든 지난 일에 대해 추억하게 됩니다. 그 추억은 기왕이면 모두 즐거운 일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뚜껑별꽃을 담으려고 풀밭에 납작 엎드렸던 기억, 아니면 손바닥만한 물웅덩이에 비친 반영을 담으려고 정성을 쏟았던 즐거운 기억이 미소 짓게 합니다. 겨울의 드센 파도와 바닷바람에도 머지않아 따스한 봄기운을 몰고 뚜껑별꽃은 다시 우리 곁을 찾을 것입니다. 들꽃이 끝나는 시기에는 내년 봄이 왜 그렇게 더디게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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