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답이 끝날때마다 ''까르르''하고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농을 걸기도 한다. 이제 ''시즌만 끝나면'' 하고 구상하던 일들을 하나씩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김연아는 들떠있다.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다 똑같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친구 만나서 밥 먹고, 영화보고, 수다 떨고, 아이쇼핑하고..."라며 오랜만에 맞이할 자유를 떠올린다.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진행된 2008 세계피겨선수권에서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일본), 캐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이어진 상승세가 부상으로 인해 꺾였지만 진통제 주사를 맞고 대회를 소화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투혼''이라는 두글자 외에는 설명이 안된다.
여자 싱글 대회를 마치고 갈라쇼를 위해 스웨덴에 남아있던 김연아가 현지에 취재온 기자들과 잠시 ''편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라이벌 아사다 마오
그녀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라이벌'' 아사다 마오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세계랭킹 1,2 위를 다투는 동갑내기 피겨 선수 아사다 마오는 그녀에게 이제 너무도 익숙하다.
이번 대회를 마친 뒤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의외로 주제는 ''피겨''가 아니었다. 아사다 마오가 4대륙 피겨선수권 당시 느끼고 체험한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바빴다는 것. 김연아는 "한국 음식 먹은것을 막 자랑하던데, 불고기, 곰탕 이런 거 말하던데요" 라며 마오와의 대화 한토막을 소개했다.
마오의 장점을 묻자 김연아는 체력, 유연성, 트리플 악셀을 꼽았다. 특히나 트리플 악셀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나도 지금 연습해도 될지 안될지 잘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라이벌의 장기가 부럽기는 하지만 김연아는 이를 따라할 생각이 없다.
스스로의 장점으로 ''점프의 정확성''을 꼽아낸 김연아는 "지금 하는 점프를 충실히, 완벽히 하는 것이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점프를 무리해서 익힐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록산느의 탱고 그리고 종달새의 비상''
"팬들은 종달새의 비상을 좋아하던데, 저는 너무 너무 힘들고 빨리 버리고(?)싶었어요" 김연아 스스로 말하듯 팬들은 하늘색 의상을 입고 한마리의 ''종달새''가 된듯 날아오르는 맑고 청초한 모습 ''종달새의 비상''을 사랑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종달새의 비상이 너무 힘들었다는 고백이다.
한편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지난 시즌 쇼트프로그램이었던 ''록산느의 탱고''다. 그간 해오던 김연아의 프로그램과는 분명 다른 느낌의 것이었다. 일본언론들은 록산느의 탱고에서 보여준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 나이에 그런 뇌쇄적인 표정연기를 하다니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다.
김연아 역시 록산느의 탱고를 즐겼다. 이 프로그램 이후 표현력이 더 좋아진 것같다는 김연아의 말이다. 처음 록산느의 탱고를 하면서 누군가를 매혹하는 표정을 짓기는 쉽지 않았다. 김연아는 "처음에는 무척 쑥쓰러웠고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했다"고. 그러나 점차 익숙해졌고 색다른 분위기를 줄 수 있던 록산느의 탱고가 가장 마음에 든단다.
네티즌. 고마운 팬들. 악플과 선플
김연아는 자기 자신에 대한 기사를 비교적 많이 읽는 편.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자신의 기사 중 "자극적인 것"을 자주 보는 편이란다. ''국민여동생''의 별칭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녀의 기사에는 수많은 리플이 달린다.
궁금해져 댓글을 꼼꼼히 보는 편이라는 김연아는 악플에 대해서 초연하다. "다 나를 좋아할 수는 없고 다 나를 칭찬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라며 "악플에 대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도 가장 고마운 리플은 ''악플''에 대해 구구절절 피겨의 기술까지 언급해가며 변호해주는 것이란다.
이번 시즌, 월드 시니어 첫 시즌이던 2006~2007 시즌은 김연아에게 참 힘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상도 끊이지 않았고 이 때문에 연습양도 부족해 매 대회가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는 것.
김연아는 "지난 시즌에는 매 대회 하나 하나 하는게 정말 힘들었다"며 "연습때처럼 해야지 라는 가벼운 생각이 들때가 없었다"고 밝힌다. 이에 비해 이번 시즌은 한결 자신감이 많아졌다. 김연아는 "이번 시즌은 대회가 아주 간단하고 쉬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습때 처럼 하면 되는 구나"하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음을 알렸다.
세계피겨선수권으로 이번 2007~2008 시즌도 끝이 났다. 자신감을 얻은 김연아는 이제 또 새 시즌을 구상중이다. 김연아는 "음악도 많이 들어보고 생각도 많이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새 시즌에는 좀 대중적인 음악으로 팬들앞에 다가가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주목해봐야 할 선수들. 그리고 김나영.
"워워~! 작작 좀 해라. 우리 좀 봐줬으면 좋겠어" 웃으며 김연아는 말한다.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올라올 신예 선수들에게 하는 당부의 말이다. 갑작스러운 "작작해라"라는 말에 기자들도 웃음바다가 됐다. 다음 시즌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들로 김연아는 주니어 선수들을 꼽았다. 특히나 이번 시즌 주니어세계피겨선수권에서 1,2,3위를 휩쓴 레이첼 플랫, 캐롤리나 장, 미라이 나가스등 미국 선수들이 가장 신경쓰인다는 김연아는 "좀 봐달라"고 애교섞인 당부를 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 함께 온 김나영에게는 힘을 실어줬다. 한국선수로 같이 대회에 오게 되어 너무 좋다는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지켜봤는데 잘하더라"며 "나도 지난 시즌에는 시니어 대회가 주니어대회 와는 달리 너무 규모가 커서 긴장했다. 몇번 하다보면 긴장이 풀릴 것"이라고 동갑내기 친구의 선전을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