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식회사 농심은 자사의 시장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유통채널의 라면 할인 행사를 막아왔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농심은 수십년간 신라면과 안성탕면, 짜파게티, 너구리 등 자사 인기상품을 굉장히 꼼꼼하게 관리해 왔다"며 "유통 채널이 이 제품들을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기획할 때마다 농심은 제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곤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 A씨는 "신라면 등 농심의 대표상품들의 인기가 높아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이들 제품 할인 행사가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만 농심이 가격 할인행사를 원하지 않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농심이 라면 고가판매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이들 유통업체들은 신라면과 너구리 등 농심라면에 대한 가격할인행사를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형편이다. 특히 유통업체들이 자체 마진을 줄여서라도 할인행사를 하겠다고 해도 농심 측으로부터 돌아오는 답변은 '제품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으름장 뿐이라는 설명이다.
농심의 지속적인 압력 때문에 실제로 유통업계에서는 전 점포를 대상으로 농심의 라면 제품 할인행사를 진행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점포에서 사전에 행사 물량만큼을 정상가로 구매해 재고를 확보한 뒤 진행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를 할인행사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농심이 라면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에 가능한 것이다. 라면의 시장점유율(2012년 8월 기준·시장조사기관 AC닐슨)은 67.9%로 나머지 경쟁사들을 다 합친 것보다 높아 국내 라면시장은 사실상 독점상태나 다름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라면을 찾는 소비자들은 다른 제품을 사가지 않는다"며 "농심 측에서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때 중단하라고 맞받아칠 수 없는 이유는 유통업체에게 매출 1%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인데 농심에게 잘못 보이면 매출 감소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유통업체 관계자 C씨는 "자율 경쟁 체제에서는 시장 논리에 의해 가격이 결정돼야 하는데, 지금의 라면 가격은 농심의 의지대로 맞춰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농심은 우월적 시장 지배사업자로서 고가 정책으로 고율마진을 남기는 상술을 쓰면서도 생산원가 공개 등 이에 합당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농심의 가격횡포가 도를 넘어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