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장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

인간부터 곤충·식물·미생물까지 달팽이 박사가 들려주는 생물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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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짜 생물 이야기/권오길/을유문화사

#1. 부산 자갈치시장의 유명한 먹거리 A는 죽어서 값비싼 껍질을 남긴다.

우리가 먹는 이것의 속살은 부수입일 뿐 진짜 돈줄은 바로 미끈미끈한 껍질. 질기면서도 부드러워 비싼 핸드백이나 구두, 지갑을 만드는 데 제격이다.

가공하는 기술도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여서 이것을 잡은 배들은 죄다 부산항으로 모인다고 한다.


#2.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미네르바의 B는 황혼녘에야 난다'고 했다.

새인데도 크고 둥근 얼굴에 박힌 눈은 사람처럼 정면을 향해 있다. 부리도 사람 콧대처럼 생겼다. 얼굴 둘레에 난 희끗희끗한 털은 지혜 가득한 노인을 연상시킨다.

유럽의 여러 도서관 입구에서는 이것이 들어간 문양을 쉽게 볼 수 있다.

학문과 지혜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덕이다.

A와 B의 답은 각각 '먹장어(일명 꼼장어)'와 '올빼미'. 새 책 '괴짜 생물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몰랐던 먹장어와 올빼미의 숨겨진 가치에 눈뜨게 된다.

생물의 생태를 알기 쉽게 풀어써 '달팽이 박사'로 불리는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표 토종 생물들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를 이 책에 담아냈다.

'사람은 모두 평발로 태어난다' '자연계의 위대한 건축가 개미귀신' '얼었다가 녹았다가 청개구리의 열혈 생존기' '1억 4500만 년 동안 버텨 온 식물 고사리'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대나무의 신비' '보호해야 할 위치에 이른 회충' 등의 소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생물들의 지혜롭고, 때로는 엽기적인 생애를 알기쉽고 재밌게 풀어썼다.

인간에서부터 동물, 곤충, 식물은 물론 작은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범위도 넓다.

책 속에서 인간의 몸은 하나의 우주이자 신비의 결정체가 되고, 맹수의 제왕 호랑이는 사냥 성공률이 20%밖에 안 되는 아마추어 사냥꾼으로 전락한다.

과학수사에 활용되는 빈대, 외과 치료에 쓰이는 거머리 등 평소 꺼리던 생물들의 새로운 면면은 물론,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갈등' '옹고집'이라는 말이 각각 칡과 등나무의 자리싸움, 매의 고집에서 유래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 주던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사투리와 순우리말을 곁들인 지은이의 구수한 문체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 땅에 사는 수많은 생명들이야말로 '기적' 그 자체라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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