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후보는 출마 선언 40일째를 맞은 30일,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는 말로 여론의 갈증을 일면 해소시켰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3자 구도로 갈 경우 야권에 필패라는 인식이 굳어진 만큼 단일화는 상수이고, 이제는 그 시기와 방식이 궁금해진다.
문재인·안철수 캠프에서는 하나같이 "단일화 방식을 미리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잡아떼지만 내부적으로는 여러 시나리오에 대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언제 협상이 시작되느냐를 비롯해 여론조사 문항의 한 단어에도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만큼 양 캠프는 여러 가지 변수를 꼼꼼히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에서는 "지금도 늦었다"며 협상을 서두른다.
단일화 협상 시작의 마지노선을 11월 5일쯤으로 잡고 안 후보 측에 통첩을 날렸다. 이는 후보 등록일인 11월 25~26일을 약 3주가량 앞둔 시점이다.
민주당에서는 일반 여론조사에 국민 경선을 가미하는 '박원순-박영선' 방식을 최우선으로 선호하고 있는 만큼 협상이 11월 초부터 조속하게 이뤄진다면 경선까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모바일 투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을 뿐더러 경선을 하면 조직을 동원하는 민주당 후보가 더 유리하다는 선입견도 심어줄 수 있는 만큼 국민 경선을 완강하게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에서는 각종 방송 광고나 전단지를 제작, 준비하는 데에도 최소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실무적인 이유를 들기도 한다.
이면에는 단일화 협상을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지지율이 뒤쳐지는 문재인 후보에게 역전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계산법이 깔려 있다.
양자 간 논의가 일단 시작되면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여권 성향의 중도층이 일정 부분 빠지고 호남 등 전통적인 지지층이 문 후보에게 좀더 쏠리면서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반대로, 안철수 후보는 최대한 늦게 협상에 임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과 시민사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안 후보는 "11월 10일까지는 공약발표에 집중하겠다"며 방어벽을 쳤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날짜보다 일주일가량 미뤄지는 것으로, 안 후보의 일정대로면 11월 셋째주 이후에나 협상이 가능해 후보등록 이전까지 시간이 촉박해진다.
캠프에서는 단일화 협상을 길게 끌면 끌수록 정치적 이권 다툼으로 비쳐져 안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보고 있다.
안 캠프 관계자는 "안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 뛰어드는 순간 정치공학적인 행위로 읽히면서 국민들에게 일정 부분 실망감을 줄 수 있다"며 "짧고 감동적인 가치의 연대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선호하는 국민 경선 혼합 방식에 대해서도 절대적 불신을 가지고 있다.
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모바일 투표는 지난번 민주당 경선에서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았느냐. 모바일 경선이 민의를 반영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빠르면 빠를수록, 느리면 느릴수록 좋다는 엇갈리는 셈법 속에서 양측의 기싸움은 가열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