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조 불법 눈 감고 5천억 합법시장 족쇄"

Interview -최관호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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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에서는 게임 사업을 사실상 포기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각 대선캠프엔 게임에 대한 정부 규제의 부당성을 알리는 작업을 계속하겠다."

웹보드게임의 게임당 베팅 한도는 1만 원을 넘을 수 없고 하루 10만 원 이상 잃을 경우 48시간 동안 게임을 금지해야한다는 내용의 문화체육관광부 '게임 사행화 방지' 대책이 나온 26일, 경기 분당의 사무실에서 만난 최관호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은 사뭇 비장한 어조였다.

최 회장은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 부모나 청소년 본인이 정한 시간으로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 1인당 게임머니 구매한도 월 30만 원 제한 등이 (기존에 나온 대책들이) 지금도 불가능한 상황인데 정부가 추가 규제안을 들고 나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그는 이번의 추가 규제를 '근시안적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합법적인 게임사업자를 고사시키고 되레 불법적인 거래를 부추기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는 게 이유다.

최 회장은 "앞으로 5년, 10년만 더 잘하면 세계적인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는데, 밀어주지는 못할망정 없애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협회장으로서 무력감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 고강도 고포류(고스톱·포커) 게임 규제안이 나왔다

"지난 여름부터 웹보드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4사가 자율 규제안을 제시했지만 정부가 반대했다. 자율 규제의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였다. 협회가 나서 고포류의 문제는 단순히 게임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되고 사이버 머니를 불법으로 환전해주는 업자들의 문제라고 거듭 설득했지만 이번 행정예고가 나왔다. 명분, 목적은 알겠는데 그 피해를 전부 게임업계가 보게 됐다."


◈ 게임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거듭 밝히지만 웹보드 게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불법으로 사이버 머니를 환전해주는 업자들이 문제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대책은 환전상들이 활약할 여지를 없애지 못하고 도리어 선의의 사용자가 이용하는 기능이 제한되는 식으로 구체화했다. 소수의 불법 이용자 때문에 선의의 과다 이용자가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인 셈이다. 예를 들어 이용자들 중 순수하게 지인들간의 플레이를 목적으로 사용자를 지정해서 플레이하는 경우도 많은데, 게임 플레이 상대를 랜덤한 형태로만 지정하게 한 것 등은 다소 문제가 있다."

◈ '풍선효과'로 불법 도박 사이트만 성장할 것이란 지적이 있다.

"그렇다. 어쨌든 웹보드게임은 합법시장이고 그보다는 저변의 불법적인 거래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합법적인 시장을 옥죄면 사용자들이 아예 불법적인 시장으로 가지 않겠나. 그나마 합법적인 공간에 묶어놔야 관리나 통제라도 할 텐데 말이다. 32조 원 규모의 불법 인터넷 도박 시장은 놔두고 5000억 원에 불과한 합법적 게임시장만 죽이고 있으니 답답하다."

◈ 외국 게임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는 어떤가.

"역차별 문제도 그렇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한 번에 많은 게임머니를 잃거나 획득할 수 없고 짜고 치는 게임이 어렵게 돼 게임을 사행적으로 이용하려는 수요나 게임으로 인한 가정파탄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온라인 도박 사업자와 모바일 게임업체는 전혀 적용을 받지 않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실효성도, 형평성도 없는 규제다."

◈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가 이것으로 끝나겠는가.

"곧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가 이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실 확률형 아이템도 게임의 재미요소 중 하나인데 무조건 없애고 금지하려고만 하니 답답하다. 게임업계가 안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사행성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자율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지금이 중세 봉건제시대인가 할 정도로 충격이다. 더 안타까운 건 게임뿐 아니라 문화산업에 대한 규제의 일관성과 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얼마전 싸이의 라잇나우도 19금 해놓고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니까 슬그머니 내리지 않았나. '애니팡' 등 스마트폰 게임에 대한 셧다운제 적용 여부도 논란이 되기도 했고. 이처럼 자신들의 생각과 철학도 뒤집는 규제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겠나. 대중문화의 규제는 적당한 선을 지켜줘야 하는데 지금 규제는 문화를 망칠 정도다."

◈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전병헌 의원이 밝힌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셧다운)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이전부터 실제 심야시간 청소년 게임이용은 미미했고, 시행 후에도 전체 게임이용에서 보면 무의미한 수치라고 할 수 있는 0.3% 감소에 불과했다. 사실 밤 12시에서 새벽 6시까지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면 얼마나 하겠는가. 물론 그 시간에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도 있겠지만 매일 밤 10시에 학원이 끝나고 학원 숙제까지 하려면 거의 매일 새벽 1시까지 깨어 있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몇몇 시민단체는 이런 현실은 물론 인과관계도 무시하고 '게임을 못 하게 하면 아이들이 밤에 잠을 잔다'는 생뚱맞고 이상한 논리를 만들었다. 게임으로 모든 청소년, 학교, 교육 문제를 은근슬쩍 덮으려는 시각이 잘못된 것이다. 셧다운제의 이런 상징성을 깨고 싶은 것이다."

◈ 게임업계의 주장이 왜 매번 정책당국에 의해 무시되는가.

"협회장으로 무력감을 느끼는 부분 중 하나다. 기득권층 내에, 연령대로 보면 50~60대에 우리편이 없다. 우리편이라는 게 편들어주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게임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하나의 여가로, 놀이문화로 이해해줘야 하는데 일단 그것을 완고하게 거부하고 고집하는 쪽의 시각이 강하다."

◈ 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게임 하나로만 얘기하기보다 대중문화의 한 측면으로서, 인터넷 산업 전반의 한 분야로서 다른 협회·단체의 협력을 얻어 대응할 생각이다. 이미 한국인터넷포럼이란 이름으로 대선후보의 정책발표와 함께 산업계·학계·이용자·법조계·언론계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포럼위원들의 의견개진과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초청했다. 안철수 후보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다보면 각 후보뿐 아니라 정책참모들도 감안하지 않겠나."

◈ 민간 주도의 첫 지스타가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준비상황은 어떤가.

"데이터상으론 작년보다 참여업체와 부스 모두 늘었다. 비투씨(B2C)는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도 출품을 하고 비투비(B2B)는 원래 계획했던 벡스코 신관 한 층에서 반 층이 더 늘어났다. 이번 지스타는 보여주는 전시성 쇼가 아니라 축제의 장으로, 공감의 장으로 만들 생각이다."

◈ 이번 지스타의 특징이라면.

"이번 지스타는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업체의 비중은 6대 4 정도로 맞춰졌다. 게임시장의 주도권이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점차 넘어가면서 위메이드,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등 기존에 온라인게임을 주로 만들던 게임사들도 모바일게임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지스타는 게임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최관호 회장은…

최관호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은 1971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대학원(경영학)을 나왔다.

네오위즈게임즈와 게임온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네오위즈게임즈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을 위한 심리치유공간 '와락'의 운영위원과 사회적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돕기 위한 사회적 기업 지원 네트워크 세스넷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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