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의 전제 조건으로 떠오른 정치개혁에 대해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확연한 시각 차를 드러냈다.
국회의원 정원 100명 감축, 정당 국고보조금 삭감, 중앙당 폐지 및 축소를 골자로한 안철수식 개혁안에 정치권과 전문가 집단, 여론의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찬성하기 어렵다"며 반대를 분명히 하면서 치열한 논쟁을 예고했다.
문 후보는 24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안 후보의 개혁안이) 바람직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는 방안인지도 좀 의문이다"고 말했다.
전체 국회의원 인원을 300명에서 200명으로 감축하고 비례대표를 대폭 늘려 '지역구 100석·비례대표 100석'이라는 파격적인 방안을 내놓은 안 후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조금 더 깊은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 아마도 안 후보측도 조금 더 방안을 가다듬지 않겠느냐"고 은연 중에 재검토를 촉구했다.
다만, 문 후보는 "(안 후보가 말한) 국고보조금 제도는 저도 혁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원이 납부하는 당비와 매칭펀드 등으로 제도적으로 개혁하고 보완할 부분이 있다.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문재인 후보의 냉담한 반응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국민과 정치권의 생각이 엄청난 괴리가 있다"며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안 후보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정치권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다른 사람들의 고통 분담, 기득권 내려놓기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굉장히 힘들어지는 상황들이 전개될텐데, 누군가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는 상황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고 정치권의 특권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안 후보는 또 "정치권은 지금 왜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해 실망하고 있는지를 좀 더 엄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민의를 반영하지 않는, 현장의 문제를 풀지 못하는 정치권이 바뀌어야만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말씀 드린 것"이라고 진정성을 강조했다.
특히 문재인 후보를 향해 "국민들이 진정으로 어떤 것을 원하는지 정치권에서 잘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정치권부터 솔선수범해서 내려놓는 자세가 지금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고 맞받았다.
그렇다면 두 후보가 정치 개혁 구상에 대해 확연한 입장 차를 보인 것이 추후 단일화 논의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안 캠프에서는 정치 개혁안을 단일화와 연관짓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송호창 본부장은 "정치개혁에서 풀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단일화와 연결시키는 순간 이야기할 수 없다"면서 "정치개혁을 단일화와 연관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대선 후보가 각자의 구상을 내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자연스럽게 문 후보와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이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치 개혁을 논의하기위한 테이블이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다.
문 후보측 진성준 대변인은 "안 후보도 여러 토론의 과정을 거친 뒤에 입장을 다시 정리할 수 있고, 공약을 수정할 수 있다고 본다"며 "후보 단일화 논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기왕에 정치 혁신을 두고 간접적으로나마 이야기가 시작됐으니, 양측이 공동 정치혁신위원회를 구성하거나 테이블이라도 만들어 공통 분모를 넓혀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안철수식 정치개혁안에 대한 민주당의 반발과 입장 차가 단일화의 복병이 될지, 논의를 시작하는 촉매제가 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