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최수일 공동대표
제가 지금부터 내는 문제를 잘 듣고 풀어보십시오. <공기 중에서 원통모양의 바늘을 물 표면에 가만히 놓으면 물의 표면 장력 때문에 수면에 뜨게 된다. 이 현상을 표면 장력은 단위 길이 당 접선방향의 힘으로도 정의될 수 있음을 설명하라.> 무슨 얘기인지 이해하셨습니까? 이게 이번 대학 구술면접시험에 출제된 문제입니다. 서울대학교가 모집 인원이 가장 많은 특기자 전형입시에서 구술면접 문제의 절반 이상을 대학과정에서나 배우는 문제를 출제했다고 그럽니다. 결국은 따로 사교육 받지 못하고는 풀기 어렵다는 얘기인데,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직접 문제를 조사한 분 연결해 보죠.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의 최수일 수학사교육포럼 대표 연결이 돼 있습니다.
◆ 최수일> 구술면접은 서울대에서는 특기자 전형에서 2단계에서 보는 시험입니다. 우선 1단계에서는 서류전형을 100% 보고요. 2단계에서 구술면접고사를 50% 그리고 1단계 서류를 50% 반영하는 이런 시험입니다.
◇ 김현정> 이렇게 해서 몇 명을 뽑았어요?.
◆ 최수일> 작년에서 특기자 전형이 전체 1,883명 중에서 62.3% 정도 되는 1,173명을 뽑았고요. 올해는 더 확대돼서 2,496명 중에서 1,774명 약 70%를 선발할 예정입니다.
◇ 김현정> 구술면접이라는 게 말이 면접이지, 옛날 본고사랑 비슷한 거네요? 대학이 나름대로 내는 문제.
◆ 최수일> 네, 그렇죠. 구술면접은 정부에서 본고사를 못 보게 하기 때문에 변칙으로 대학들이 악용한 제도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구술이 아니라 문제를 풀고 교수들 앞에 가서 칠판에 설명하는 즉 지필고사랑 똑같죠.
◇ 김현정> 그래서 조사를 해보니까 구술면접에 어떤 문제가 있었습니까?
◆ 최수일> 사실은 구술면접 문제는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희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에서 이거 정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계속 생각해 와서 이번에는 다른 논술고사와 함께 조사를 하려고 했는데 역시 자료가 없어서 교과부와 박홍근 의원과 같이 협조해서 대학 측에다가 요구를 했는데 대학이 억지로 내놓게 되었죠.
◇ 김현정> 그래서 조사를 해 봤더니 절반 이상이 대학과정에서 나오는 문제라고요?
◆ 최수일> 그렇죠. 이 절반 정도라는 말은 과학까지 포함해서 그런 거고 제가 조사한 수학 문제는 서울대 같은 경우 11문제가 공대나 자연계, 자연과학대학 구술면접문제인데 그 중의 10개가, 한 문제 빼고 10개가 대학교과 수준에 나왔습니다.
◇ 김현정> 11 문제 중의 10개가 대학 수준?
◆ 최수일> 네.
◇ 김현정> 그러니까 공부 잘하면 풀 수 있는 이 정도가 아니라 대학교육을, 또는 사교육을 제대로 받았어야만 풀 수 있는 정도던가요?
◆ 최수일> 예를 들면 상식적으로 어렵다, 좀 그래도 머리를 써야 되겠다, 이 정도는 학생들이 풀겠죠. 그러나 이건 완전히 대학과정 즉 대학에서 쓰는 용어나 개념을 바로 출제해 버렸기 때문에 학생들이 그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는 거죠.
◇ 김현정> 제가 들어서 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구체적인 예를 좀 들어보시겠어요?
◆ 최수일> 네. 수학문제는 일단 다 기호가 섞여 있어서 그 기호를 알아듣는 게 굉장히 어렵죠. (웃음) 예를 들면 자연과학대학의 첫 번째 문제가 확률 문제였습니다. 확률 또는 통계문제라고 볼 수가 있는데, 어떤 여러 가지 기호는 놓아두더라도 일단 독립인 확률변수라는 개념을 넣었는데, 독립이라는 말하고 확률변수라는 말, 우리 앵커님은 좀 이해하십니까?
◇ 김현정> 독립은 조국 독립할 때 독립이고, 확률은 확률이고, 변수는 변수. (웃음) 잘 모르겠네요, 독립확률변수는 이게 뭔가요?
◆ 최수일> 독립확률변수가 아니고 확률변수가 독립이다, 이런 뜻인데 굉장히 어려운 개념입니다. 저도 대학 때 옛날 20년, 30년 전에 처음 들어보고 비로소 보니까 이게 도대체 무슨 용어인지 무슨 뜻인지 전혀 앞이 캄캄했는데 우리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이게 무슨 말인지 한국말이 아니라고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 김현정> 그게 문제 중의 지문으로 들어가 있어요?
◆ 최수일> 그럼요. 그게 바로 문제입니다. 그거를 알아야만 문제를 푸는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문제죠.
◇ 김현정> 잠깐만요. 대표님이 과학 고등학교의 수학교사 출신이잖아요.
◆ 최수일> 네, 그렇죠. 한 9년, 10년 근무했죠.
◇ 김현정> 그런 대표에게도 어려울 정도의 문제였다는 말씀?
◆ 최수일> 그럼요. 이거는 일반 학교 선생님들이면 정말 더 어려울 겁니다. 더욱더 이 문제를 본 적이 없으니까요.
◇ 김현정> 사교육 현장은 어떻습니까? 구술면접이 이렇게 어려워지면 결국 사교육 시장은 그에 맞게 굴러가고 있는 건가요?
◆ 최수일> 그렇죠. 당연히 사교육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것을 타깃으로 사교육이 형성돼 있죠. 이것이 최근의 일이 아니고 이게 벌써 오래된 십 몇 년 된 제도거든요. 그때부터 슬슬 사교육이 늘어나기 시작해서 이게 점점 많아져서 지금 일부 학원들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서울대만 그렇습니까? 아니면 다른 학교도 점점 닮아갑니까?
◆ 최수일> 지금 다른 학교들이 문제 제출을 거부해서 제가 아직 검토를 못한 상태입니다.
◇ 김현정> 들리는 소문은 어때요?
◆ 최수일> 다른 대학에서 이미 발표된 논술고사, 수리논술은 사실 이보다 훨씬 본고사 쪽으로 가지 않아야 되는데도 불구하고 지난번 수리논술이 이미 50% 이상 대학과정이 출제된 걸로 봐서는 지금 다른 대학들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이유가 뻔히 문제가 있다는 뜻이거든요.
◇ 김현정> 사실 문제가 없으면 제출을 거부할 이유가 없죠.
◆ 최수일> 그렇죠. 단지 자기 대학방침이라고 그러는데 대학방침하고 국민들의 알권리는 전혀 다른 거라고 봅니다.
◇ 김현정> 그러면 서울대 문제는 이제 일반인들 모두가 다 볼 수 있는 건가요? 공개가 된 거라고 볼 수 있나요?
◆ 최수일> 서울대 문제도 사실 공개를 한 게 아닙니다. 제가 알기로는 대학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게 아니고, 국회의원이 요구하니까 제출한 거죠.
◇ 김현정> 제 생각에는 모든 분들이 알 수 있게, 문제를 한 번 공개해보고, 그래서 이런 문제는 다시 내지 말자. 이런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상황까지 갔으면 좋겠어요.
◆ 최수일> 그렇죠. 홈페이지에 좀 공개했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부자들만 서울대 가는 세상이 돼서야 되겠습니까? 참 심각하네요.
◆ 최수일> 맞습니다. 정말 대학 가려면 많은 사교육 받아야 되고요. 그것도 고3 때만 다녀서도 안 되고 고1 때부터 다닌 학생도 많습니다.
◇ 김현정> 참 씁쓸하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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