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해 필요한 권한만 갖고 특권과 기득권은 모두 버려야 한다"며 책임총리제를 비롯해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등 구체적인 쇄신안을 내놨다.
안 후보가 지난 19일 강원도에서 민주당의 '인적쇄신'에 대해 언급한 지 이틀 뒤 친노인사 9명의 캠프 보직 사퇴 선언도 있었다.
이처럼 문 후보가 정치 개혁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붙인 것은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한 포석을 깔기 위해서이다.
추석 이후에 답보 상태인 지지율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안 후보에게 쇄신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단일화의 명분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조국 서울대 교수가 제안한 바 있는 '공동정치혁신위원회'도 조만간 출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문 후보의 미래캠프 산하 '새로운정치위원회'를 사실상 출범시키면서 위원장을 아직 선임하지 않은 것도 위원회가 조국 교수의 구상대로 공동정치혁신위로 격상될 것을 고려해서다.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정치 개혁에 나선 만큼 안 후보도 함께 참여해 공동의 정책이 만들어지기 바란다"며 "10월 말부터는 협상이 시작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단일화를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애당초 정치 개혁을 주요 의제로 올린 안 후보는 다시 달아나는 모양새이다.
안 후보측은 야권 후보 낙관론인 '단일화 필승론'을 경계하면서 지금은 협상을 서두를 때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안 후보측 박선숙 선대본부장은 "국민이 단일화 과정을 만들어주면 그에 따르고 승리할 것이다. 정권교체와 정치혁신을 반드시 이뤄야한다는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화만 하면 무조건 이긴다는 단일화 필승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또 "정권교체와 정치혁신을 바라는 모든 분들이 힘을 합치는 것이 승리의 조건이다. 그렇게 합치지 못하면 간단한 선거가 아니다"며 "지금 정도의 양자 대결 지지율 격차가 과연 그대로 믿을 만한 것인가, 낙관할 만한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직은 단일화를 바라는 국민적 열망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으로, 섣부르게 단일화 카드를 썼다가는 야권 전체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민주당 문재인 후보 내놓은 개혁안에 대해서도 "정치혁신이라는 과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어떻게 실천하는지이다"며 구체적인 평가를 유보했다.
안철수 캠프에서는 민주당을 비롯해 정치권 바깥에서 불어오는 단일화 압박을 차단하며 시간을 벎과 동시에, 당분간 정치혁신 의제와 독자 행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독자 행보를 통해 지지층을 탄탄히 하고, 야권 후보로서의 경쟁력을 부각한다는 계획이다.
안 캠프 관계자는 "지금은 기계적인 단일화를 논할 때가 아니다. 각자 경쟁력을 높여 국민들이 야권에 기대를 걸고 희망을 찾게 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목적이 정권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후보단일화인 것처럼 비쳐져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단일화에 대한 숙성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다.
문재인 캠프의 한 핵심 의원은 "후보가 제시한 정치 개혁안이 아직은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고, 단일화에 대한 국민 여론도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며 숙성 기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한 것은 사실이다.
후보 등록일인 11월 25일 이전에 단일화가 이뤄져야 투표용지에 한 사람의 이름이 올라가기 때문에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때문에 민주당 뿐 아니라 안철수 캠프에서도 후보 등록 이전의 단일화를 가장 이상적인 타이밍으로 여기고 있다.
문 후보가 쫓아가고, 안 후보가 다시 달아나는 양측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물리적인 시간으로 봤을 때 11월 초,중반쯤에는 물밑으로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3주간의 짧은 기간 동안 두 후보가 어떤 정치적 비전을 보여줄지가 단일화 협상은 물론 야권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