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잡는 체력검정, 구급차도 몸상태 점검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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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체력검정 1,000m달리기를 하던 경찰관이 쓰러져 숨졌다. 44살, 평소 산악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즐기던 강골인지라 동료 경찰관들은 남의 일같지가 않다.

당시 체력검정 현장에는 구급차가 없었다. 2010년 7월, 경찰관의 기초체력을 강화해 법집행력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로 도입된 체력검정이지만 정작 경찰관의 안전을 위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22일 오전 10시 50분께 전북 전주시 효자동의 한 대학 운동장에서 체력검정 1000m 달리기를 하던 손정환 경사(전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트랙 두바퀴를 돌다말고 밖으로 걸어나왔다. 한 50m쯤 걸었을까. 손 경사는 갑자기 쓰러졌다.

동료 경찰관이 자신의 승용차로 인근 병원에 옮겼지만, 손 경사는 이송 중 이미 심장이 멎은 상태였다. 사인은 심근경색 추정이다. 병원까지 3분 정도 걸렸고, 후송 중 동료 경찰관이 심장 마사지를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지만 구급차의 부재를 대신할 수준은 아니었다.

체력검정 1,000m 달리기 시 구급차 준비는 경찰관 체력관리지침에는 없고, 경찰청이 체력검정과 관련해 보낸 공문에는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북경찰청 권미자 교육계장은 "소방서에 나흘 전 공문을 보내 구급차 배치를 요청했지만 소방서도 상황이 여의치않아 최단거리에 구급차를 배치한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달리기 전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절차도 유명무실했다. 의료인력이 몸상태를 점검하는 절차는 아예 없고, 현장에서 본인 스스로 판단해야한다. 체력검정은 승진심사에 반영된다.

동료 경찰관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한 40대 경찰관은 "승진을 염두에 둔 터라 몸이 좋지 않아도 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고 30대 경찰관은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내년에는 결코 뛰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경찰청은 체력검정 절차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여 문제가 있으면 상응한 조치를 취하고, 안전과 후송 조치에 대해 경찰청과 협의하는 한편 순직처리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손 경사는 중학교 3학년 딸과 1학년 아들, 사랑하는 부인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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