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깨 돼지 새끼야”
화교 4세인 김민호 군(11,가명)은 지난해 화교학교에서 지방의 한 초등학교로 전학을 왔다. 전학을 온 뒤로 김 군은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중국인을 비하하는 조롱에 시달려야 했다.
성격도 밝고 선행상도 여러 차례 수상할 만큼 성실했던 김 군은 반에서 “짱깨”라고 놀리는 몇몇 친구들의 놀림을 무시하고 넘겨왔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던 지난 5월 3교시 후 쉬는 시간, 같은 반 A 군이 김 군에게 다가와 김 군의 머리를 툭툭 치며 시비를 걸었다. 김 군은 “만지지 말라”고 했지만 오히려 A 군은 “짱깨 돼지 새끼”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김 군은 "누가 짱깨 돼지야?”라며 대응했고 그 과정에서 A 군이 김 군의 목을 조른 채로 교실 뒤로 끌고 갔고 김 군의 배 등을 무릎으로 때렸다. 김 군은 이에 대항하며 주먹으로 A 군을 때렸지만, B 군이 김 군을 넘어뜨리고 C 군은 멀리서 달려와 주먹으로 김 군의 코를 내리 찍었다.
김 군은 한동안 실신했고 김 군은 코뼈에 금이 가는 상처를 입었고 피는 멈추지 않았다.
이틀 뒤 학교폭력대책위원회(학폭위)가 열렸고, 위원들은 A 군과 B 군에게 서면사과, 학부모 특별교육 5시간 등의 조치를 내렸다. 코뼈에 금이 가게 한 C 군은 이보다 조금 낮은 서면사과, 특별교육, 학부모 특별교육 4시간이 내려졌다.
A 군과 B 군에 내려진 조치는 피해자인 김 군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코뼈에 금이 가게 한 C 군보다도 강한 조치였다. 이유는 욕설을 주고받으며 같이 싸웠기 때문이라는 것.
해당학교 학폭위의 한 위원은 김 군의 아버지를 불러 “아들의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대 학생들과 합의를 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김 군의 부모는 자녀가 두려움에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없다고 판단해 상대 학생들의 전학조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김 군이 전학을 가게 됐다.
또 피해자였던 김 군은 저항하기 위해 휘둘렀던 주먹 때문에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사실이 기록됐다.
김 군의 아버지는 “내가 어린 시절 받은 상처를 아들에게 똑같이 물려주게 됐다”며 “화교라는 사실 때문에 맞았고, 여기에 대항했다는 이유로 처벌 받는 아들을 보며 이 땅에서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뀌는 현실…제도 미비한 상태에서 학생부 기재 우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선생님은 “괴롭힘 당하던 아이가 참지 못하고 욱하면서 물리적 저항을 하게 되면 서로 싸우는 상황이 된다. 그런 일이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들어가면 괴롭히던 애가 피해자가 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8월 학교생활 기록부에 학교폭력 사실을 기재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밝힌 뒤부터 2개월 동안 학생부 기록과 관련해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 14건 가운데 93%(13건)가 피해자였던 학생이 가해자로 지목되거나 쌍방 과실로 기록돼 억울하다는 진정이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고유경 상담실장은 “학생부 기록이라는 것이 가해자에 가혹한 처벌과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인데 자세히 보면 피해자도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최희영 상담팀장은 “학교폭력 같은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 구분이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면서“학생부에 기록을 하더라도 기간과 의도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전문성이 우선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