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아빠 딸’을 시작으로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도 튀지는 않지만, 존재감 넘치는 캐릭터로 얼굴을 비친 이희진은 지난 6일 첫 방송된 SBS 주말극 ‘내 사랑 나비부인’(이하 나비부인)에서도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며 ‘진짜 배우’로 한걸음 더 다가섰다. 이를 입증하듯 ‘나비부인’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희진의 분량 확대를 요구하는 청원(?)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만난 이희진은 까칠하고 차가운 ‘나비부인’ 속 연지연과는 달리 호탕하고 털털한 ‘호감형’ 여인이었다. 이희진은 10대였던 베이비복스 시절부터 30대 배우인 현재까지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을 때론 화끈하고도 솔직하게 때론 진지하고도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요목조목 제스처까지 섞어가며 설명했다.
이하 일문일답.
-‘나비부인’에서 맡은 역할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 내가 맡은 연지연은 산전수전 어렵게 무명 시절을 보낸 인물이다. 톱스타 남나비(염정아 분)와 관련된 조그만 캐릭터를 맡게 됐는데, 그 캐릭터를 계기로 현재는 남나비보다 더 톱스타다. 남나비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고, 다시는 남나비 밑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아 아등바등 버티고 독종스러운 인물이다.
-‘나비부인’을 택한 이유는.
▲ 지금 감독님이 ‘괜찮아 아빠 딸’에서 한 나의 연기를 당시에 좋게 생각해 주신 것 같다. 감독님에게 출연 제안을 받고 좋아서 날아가는 줄 알았다. 이후 감독님과 미팅을 가졌고, 나랑 극 중 캐릭터 연지연의 이미지가 잘 맞을 것 같다고 말해 주셔서 행복했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도 스타 역할이었다. 연지연과 차이점이 있나.
▲ ‘최고의 사랑’에서는 부잣집 딸이 아무 생각 없이 가수가 돼 편안하게 생활을 할 수 있었고, 철도 없었다. 반면 연지연은 혼자서 아등바등 스타가 됐다.
-‘나비부인’의 연지연과 실제 본인과의 차이점은.
▲ 베이비 복스는 ‘최고의 사랑’의 제니였다면 연지연은 지금의 배우 이희진과 맞는 것 같다. 연지연처럼 처음부터 시작을 해야 하고 베이비복스라는 이름을 빼고 이희진이라는 이름을 힘들게 알리고 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점도 비슷하다.
-3년차 배우다.
▲ 3년 전 ‘괜찮아 아빠 딸’ 출연한 것이 엊그제 같다. 유독 감사한 작품이다. (연기가) 적성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가면 갈수록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 같다. 아무 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였을 때는 감독님도 그렇고 스태프나 선배들이 옆에서 디테일하게 가르쳐줬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베이비복스 재결합 소식은 없나.
▲ 재결합은 힘든 것 같다.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 안무를 짜고 연습하는 것을 예전처럼 하지는 못할 것 같다. 만약에 (컴백을) 하게 된다면 디지털 싱글로는 가능할 것 같다. 시기와 마음만 맞으면 노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아직도 멤버들과 연락 자주 하나?
▲ 가끔 연락하고 보고 그러긴 하는데 예전만큼은 힘든 것 같다. 하지만 대화의 대용은 변하지 않는다. 어색함이나 불편함은 없다. 우스갯소리로 나중에 다섯 명이 결혼하면 애 업고 커피숍에 앉아서 밤새 수다 떨 것 같다고 말한다.
-베이비복스의 이희진과 배우 이희진은 어떻게 다른가.
▲ 베이비복스 때는 주변분들이 ‘못 됐다’, ‘차갑다’고 했다. 연기를 시작하고 내면적인 모습을 보여주니 ‘이희진이 그런 성격이 아니었구나’라고 조금씩 알아주시는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감정에 대한 솔직함이 생긴 것 같다.
-‘응답하라 1997’ 이후로 1세대 아이돌그룹이 회자되는데 기분이 어떤가.
▲ 옛날 생각이 많이 나고 신기하다. 나는 현재만 살기에 바쁘다. ‘응답하라 1997’을 보면서 그 시절을 회상할 수 있었다. 보면서 마음이 짠했을 정도다. 방송을 보면서 ‘내가 어렸을 때 활동했던 모습이 이제는 내가 나이가 들어서 TV로 볼 수 있게 됐구나’라고 느꼈다. 앞으로 그런 작품이 많았으면 좋겠다. 베이비복스 멤버 간미연 얘기는 나왔지만, 아쉽게도 내 이름은 나오지 않더라.(웃음)
-배우로서의 목표는 뭔가.
▲ 연기는 꾸미는 것이긴 하지만, 내가 하는 대사 한마디를 들었을 때 ‘진심으로 한 것 같다’고 느껴줬으면 좋겠다. 내가 조연을 맡고 단역을 맡더라도 ‘저 캐릭터는 저 친구가 해서 참 다행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다. 오래갈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