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북한軍 "대낮에 권총 쏘면서 귀순하는데도 몰라"

탈북 알리기 위해 총을 쐈지만 GP에서 아무 반응 없었다
GOP 초소 다섯 개 지나는 동안 아무도 발견 못해
부대장 징계받았는데 언론은 ‘귀순자 유도작전 성공’으로 보도
탈북 북한軍 6명 가운데 5명이 휴전선 무사통과

철책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방송일 : 2012년 10월 16일(화) 오후 6시■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출 연 : 탈북 북한軍 000씨


▶정관용> 국방부가 어제 이른바 노크 귀순에 대해서 공식 사과하고 다섯 명의 장성을 포함해서 관련 지휘관들 보직 해임하는 역대 최대의 문책 규모까지 단행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어요. 저희 <시사자키>에도 관련 제보가 들어왔는데 몇 년 전에 휴전선을 통해서 탈북한 분이랍니다. 이분은 자기가 귀순하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총을 쏘면서 넘어왔는데도 GP 근무자들이 잠을 자고 있어서 모르더라, 그래서 잠을 깨워서 귀순 의사를 알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참 어처구니가 없는데요, 신분 노출 우려 때문에 성함은 밝히지 않고 그냥 연결하지요. 안녕하세요?▷000씨> 예, 안녕하십니까?

▶정관용> 몇 년 도에 귀순하셨어요?▷000씨> 예, 저는 2000씨년도 지나서 귀순했습니다.

▶정관용> 2000씨년?▷000씨> 예, 그 이후에요.

▶정관용> 아, 그 이후에? 아, 정확한 시점도 밝히지 않으시는군요.▷000씨> 예.

▶정관용> 제가 조금 아까 소개할 때 총을 쏘면서 귀순하셨다? 어디에서 어떻게 총을 쏘신 거예요?▷000씨> 그러니까 저 같은 경우는 이제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 수색요원으로 근무를 하다가 이제 귀순을 결심하고 휴전선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어떤 이유에선지 북한군 귀순자들은 잘 총을 가지고 오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제 총을 가지고 온 것은 저의 귀순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그것이 이제 총밖에 없다, 그러니까 총을 쏨으로써 귀순사실을 좀 알리겠다. 이것이 이제 비무장지대에서 근무를 하면서 얻은 경험이지요.

▶정관용> 그래요? 다른 분들은 총을 안 가지고 오려고 하는 것은 혹시 총을 가지고 있다가는 또 사살 당하거나 이런 것을 우려해서 그런 것 아닌가요?▷000씨> 아, 그런 것은 아니고요. 사실 귀순자들이 넘어오면서 총에 대해서는 굉장히 예민하게 생각을 하고 있어요. 대부분은 이제 웬만하면 총을 가지고 오지 않으려고 하는데 불가피한 경우, 저 같은 경우는 이제 밤에 오다 보니까 총으로 이제 저를 알려야 한다는 거지요.

▶정관용> 밤에?▷000씨> 그래서 저는 할 수 없이 무기를 휴대하고 오게 된 것이지요.

▶정관용> 그래서 총을 쏘면 이쪽 한국군 병사들이 그 소리를 듣고 뭔가 조치를 취할 거다, 이렇게 기대하신 건가요? ▷000씨> 그렇지요. 자신을 알리는 거지요. 총을 쏨으로써 내가 이제 귀순자다, 그것을 알리고 싶은 거지요.

▶정관용> 그러면 총을 어디, 공중을 향해서 몇 발 정도 쏘셨습니까?▷000씨> 저는, 제가 쏜 것은 한 10발 정도인데, 다섯 번에 걸쳐서 두 번씩 이제 공중에 쐈거든요. 그런데 MDL이라고 중앙분계선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넘어서면서 이제 총을 쐈는데 GP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GP 반응을 기다리다가 이제 반응이 없길래 GOP로 곧장 갔지요.

▶정관용> 잠깐만요. 중앙분계선이라고 하는 게 그러니까 휴전선의 정중앙 아니겠습니까?▷000씨> 예, 그렇습니다.

▶정관용> 그래서 그걸 딱 넘으면 이제 남쪽 비무장지대로 들어오신 거고?▷000씨> 예, 그때부터 총을 쏘는 거지요.

▶정관용> 그러면 들어오면서 10발을 쐈다?▷000씨> 예, 그렇지요.

▶정관용> 두발씩 두발씩?▷000씨> 예, 그렇지요.

▶정관용> 그 다음에 GP의 반응이 없으니까 GO로 갔다? GP는 뭐고 GOP는 뭡니까?▷000씨> GP는 한 마디로 말해서 이제 비무장지대 안에 근무를 서는 초소이고요. GOP는 그 밖에, GP 밖에 철책선으로 된 초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관용> 철책선 바깥쪽이 GOP이고?▷000씨> 예. 비무장지대 안의 초소가 GP인 거지요.

▶정관용> GP이고?▷000씨> 예.

▶정관용> 총 쏘신 곳으로부터 GP까지는 거리가 얼마나 되는데요?▷000씨> 제가 들어갈 때는 한 300에서 400미터 정도. 그러니까 근처에 붙어서 총을 쐈거든요.

▶정관용> 삼사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000씨> 예, 그렇지요.

▶정관용>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000씨> 반응이 없었어요.

▶정관용> 어, 그래서요?▷000씨> 그래서 아, 이 반응이 없다는 것은 결국 나를 받아주려는 의사가 없구나, 아니면 나를 확인 못했구나, 둘 중 하나이기 때문에 더 기다릴 수가 없어서 GOP 초소로 넘어간 거지요.

▶정관용> 그러니까 GP를 지나쳐서? ▷000씨> 그렇지요.

▶정관용> 그때 GP 안을 들여다보거나 그러지는 않으셨어요?▷000씨> 그러지는 못했지요. 왜냐하면 제가 밤에 그 GP 초소에 붙는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정관용> 그렇지요.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GP 초소를 좀 이렇게 우회해서?▷000씨> 예, GOP로 갔지요.

▶정관용> 그러면 철책은 그냥 넘으신 거예요?▷000씨> 아니요, GP 초소는 자기네 이제 방어 철책만 있고요, 그냥 에돌아 갈 수가 있어요. 에돌아가면 이제 GOP 초소가 있는데 걔네가 이제 철책을 가지고 있는 거지요.

▶정관용> 그러니까 그 GOP 초소도 철책 안쪽입니까?▷000씨> 그러니까 철책 이제 바깥쪽으로 간 거지요.

▶정관용> 그러니까 철책을 넘으셔야 되는 것 아니에요?▷000씨> 그러니까 넘지를 않았다고요.

▶정관용> 넘지 않고?▷000씨> 넘지 않고 GOP 철책을 따라서 또 한 300미터를 무작정 걸었어요. 그런데 이게 굉장히 무서운 게 뭐냐면, 그 300미터 사이에 나를 발견해줘야 내가 귀순자임을 확인시키는데, 300미터 구간에 나를 세우는 군인들이 하나도 없다는 거지요. 대략 300미터면 이제 GOP 초소만 다섯 개에서 여섯 개 이상이거든요. 그러니까 굉장히 공포스러웠던 순간이었지요.

▶정관용> 그러니까 그 초소를 다 지나치신 거예요?▷000씨> 그렇지요. 그러니까 초소를 지나치면서 계속 철책을 따라서 걸었지요.

▶정관용> 그래서요?▷000씨> 나를 발견할 때까지.


▶정관용> 그래서요?▷000씨> 발견을 안 하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이게 초소이다, 싶은 구간에 가서 철책선을 발로 이제 탕탕탕 찼지요. 그러니까 그제서야 이제 나를 맞을 준비를 하고 누구냐고 물어가지고 이제 내 신분을 밝힌 거지요.

▶정관용> 그랬더니요?▷000씨> 그랬더니 이제 당황한 거지요. 그래서 이제 어떻게 왔냐, 해서 앞에서 이제 귀순병이다, 하니까 그제서야 가지고 있던 무기를 좀 던져달라고 해서 던지고, 이제 군복을 벗으라고 해서 아, 군복은 못 벗겠다, 그러니까 그러면 좋을 대로 하라, 이런 식으로 이제 해서 거기에서 한 10분 동안 지체를 한 후에 이제 저를 데리러 나오더라고요.

▶정관용> 그러니까 다시 정리하면 비무장지대 안에 GP 한 300미터 근처에서 총을 쐈는데, GP에서 반응이 없었다는 것 하나, 그 다음에 이제 GOP 철책선을 따라서 쭉 한 300미터 걸으면 사실은 초소가 그 사이에 한 네 다섯 개가 있는데?▷000씨> 그렇지요. 있어야지요.

▶정관용> 그런데 아무도 발견을 못하더라?▷000씨> 예, 오죽하면 제가 이제 철책선을 발로 찼고요.

▶정관용> 탕탕?▷000씨> 예, 총도 쏘고 이제 철책선을 발로 세 번씩 찬 거지요.

▶정관용> 혹시 그 귀순할 때 그 당시 GP나 인근 GOP에 근무하던 해당 부대 장병들이 뭐 감시 소홀 등등으로 책임졌다는 이야기를 나중에라도 들어본 적 있으세요?▷000씨> 제가 그때 이제 한국이 첫 경험이 아닙니까? 그래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제 국방부나 언론을 믿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왔던 그 부대 부대장 이하가 다 징계 받은 걸로 제가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언론에서는 그때 당시에 귀순자 유도작전 성공이라고 이제 보도가 되었고요. 표창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혼자 웃고 아, 믿을 게 못 되는구나, 그런 생각을 가졌지요.

▶정관용> 징계 받은 것은 확인하셨어요?▷000씨> 예, 왜냐하면 제가 그 부대에 이제 안보 강의를 갔었거든요. 그래서 이제 거기에서 확인을 했지요. 그리고 제가 넘어오게 된 과정을 이제 조사기관에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어떤 식으로든 징계를 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정관용> 그런데 언론에는 귀순 유도작전 성공이라고?▷000씨> 성공에 이제 표창까지 나오더라고요. 어이가 없었지요.

▶정관용> 그럼 그건 뭐예요?▷000씨> 그래서 제가 언론과 국방부를 불신하는 이유가 믿을 게 못 된다는 겁니다.

▶정관용> 혹시 주변에서 그렇게 귀순해오신 탈북 병사들 아무래도 잘 아시지 않아요, 서로?▷000씨> 그렇지요, 그렇지요.

▶정관용> 그런데 혹시 비슷한 사례를 또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000씨> 이게 굉장히 웃긴 게요, 그러니까 일반 이제 휴전선 귀순자 중에 민간인과 그리고 이제 일반 후방부대 귀순자를 제외하고 비무장지대에 이제 군인만 다섯 명이 있습니다, 귀순자가. 그러니까 민정군인이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저까지 여섯 명이 되겠지요. 그런데 이 다섯 명 중에 네 명이 이제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한 명은 이제 장교 출신 민정요원인데 이 친구는 이제 권총을 쏘면서 대낮에 와도 몰랐어요.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이제 2년 전에 비슷한 시기에 넘어왔는데 얘 같은 경우에는 이제 넘어오면서 북한 애들에게 걸리면 이제 자폭을 하겠다고 수류탄 안전고리를 빼고 넘어왔거든요. 그런데 정작 이제 한국 측에서 그 안전고리를 받아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굉장히 허탈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넘어온 애들 다섯 명 중에 네 명이 그냥 무사통과를 했다는 거지요.

▶정관용> 그러면 지금 말씀하시는 분까지 합하면 여섯 명 중의 다섯 명이?▷000씨> 그러니까 저까지 여섯 명이고.

▶정관용> 그러니까요.▷000씨> 예, 저 이후에 다섯 명이었는데 네 명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정관용> 왜 그런...▷000씨> 그런데 이런 것은 하나도 보도가 안 되었다고요.

▶정관용> 글쎄 말입니다. 이제 이번에 노크 귀순 이후에 되니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이제야 나오는 것 같거든요.▷000씨> 그러니까요.

▶정관용> 그러니까 철책선 인근이나 비무장지대 안에 근무하는 병사들이 제대로 대북 경계를 안 한다는 거지요, 한 마디로 말해서?▷000씨> 그런데 꼭 남한만 탓할 것은 아니지요. 북한도 사실은 해이해져서 근무를 하거든요. 그런데 확실한 것은 남한이라도 북한처럼 해이해지지 말아야 하는데 남한이나 북한이나 다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관용> 양쪽 다 그렇게 기강이 풀려 있어요?▷000씨> 그렇지요. 그런데 오히려 북한 쪽은 넘어가기가 굉장히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지뢰원이나 이제 고압선이나. 그런데 남한 쪽은 그런 게 없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수월한데, 그러면 남한 측에서 근무를 더 잘 서야 하는데, 허점이 많다는 이야기지요.

▶정관용> 참, 차제에 제대로 한번 대비를 하고 우선 진상조사도 제대로 해야 될 것 같습니다.▷000씨> 그렇습니다.

▶정관용> 말씀 잘 들었습니다.▷000씨> 예, 감사합니다.

▶정관용> 어느 분이라고 제가 소개할 수가 없어서 그냥 말씀 잘 들었습니다, 하고 끝내야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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