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중 딸을 잃은 슬픔으로 고통스러워하다 직접 복수에 나선 유림 역을 연기한 유선은 15일 오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돈 크라이 마미 제작보고회에서 "실제 엄마의 감정을 느껴보지 않아 극 중 유림의 감정을 설득력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속내를 전했다.
이어 그녀는 "처음엔 설정상 내가 할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오열하면서 대본을 보고 있더라"며 "유림의 감정에 깊이 이입됐던 첫 느낌을 믿고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선뜻 선택하기엔 또 다른 고민이 있었다. 유선은 "그동안 어두운 정서의 역할을 많이 해서 벗어나고 싶었다"며 "그런데 꼭 해야될 것만 같은 운명의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참여계기를 전했다.
만약 영화 속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녀는 "자식을 가진 주위 부모들한테 질문을 했는데 한 친구가 분노하면서 '삼족을 멸할거라'고 하더라. 부모로서는 가장 감당할 수 없는, 그 어떤 것과도 비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서도 "저는 신앙을 붙들고 회복하려고 노력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동급생들에게 끔찍한 사건을 겪게 되는 여고생 은아 역을 열연한 남보라는 "언젠가 한 번쯤 내 감정에 최고점을 찍어보고 싶었고, 은하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고 선택 이유를 전했다.
김용한 감독은 작품을 함께 해 준 유선과 남보라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김 감독은 "영화 '추격자'가 나왔을 때 다들 '김윤석 하정우 연기가 기가 막히다'고 하더라"며 "다른 건 몰라도 유선씨와 보라씨의 연기는 추격자 이상"이라고 극찬했다.
유선과 남보라 외에 이날 자리에 함께 하진 않았지만 아이돌그룹 유키스 멤버인 동호의 출연도 눈길을 끈다. 동호는 은아를 함정에 몰아넣으면서도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조한 역을 맡아 파격 변신을 시도했다. 이에 김 감독은 "동호한테 고마운 건 일반적인 아이돌이라면 이런 선택을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영화 속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잘 소화했다"고 전했다.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 때문인지 이날 제작보고회는 시종 진지했다. 또 메가폰을 잡은 김용한 감독은 질문에 답하면서 울먹이기까지 했다. 김 감독은 "촬영 내내 슬펐던 것 같다"며 "은하가 어떻게 당하는지 유선씨가 확인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못견디겠더라"고 전했다.
또 그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여자로서의 근원적 정서가 표현된 것 같다"며 "이 장면을 보고도 울지 않는다면 사이코패스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이처럼 민감한 소재를 영화화한 김 감독은 "피해자한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더라. 이를 잘 표현하면 단 한 건이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었다"고 의도를 전했다. 또 그는 "극 중 엄마가 복수를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며 "복수를 하기까지 그 과정을 중점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11월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