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軍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똑똑똑. 누군가 내무반의 문을 두드립니다. 문을 열자 북한군이 말합니다. “귀순 하러 왔습니다.” 마치 영화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죠. 북한 군인이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서 우리 군 GOP 장병들의 내무반을 두드리고, 생활반을 두드리고 귀순했습니다. 만약 이 군인이 귀순한 사람이 아니라 무기 들고 침입한 사람이었다면 이건 순식간에 공포 영화가 되는 거죠. 그런데 이와 유사한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는 증언도 들립니다. 무슨 말일까요? 자세히 알아보죠.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연결돼 있습니다.
◆ 임태훈> 대부분 다 황당하게 봤죠.
◇ 김현정> 아니, 남북을 가로지르는 그 철책을 중심으로 해서 초소가 어떤 식으로 배치가 돼 있습니까?
◆ 임태훈> 보통 군사분계선 휴전선이라고 알고 있는 선을 기점으로 해서 양쪽으로 2km씩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 이렇게 나눠져 있습니다. 총 4km에 걸쳐 있는 부분이 소위 비무장지대입니다. 이곳에 GP라는 작전을 수행하는 공간이 있고요. 경계근무를 서죠.
GP 같은 경우에 굉장히 가까운 곳은 몇 미터가 떨어지지 않은 곳도 있고요. 또 떨어진 곳은 많이 떨어진 곳도 있고요. 그래서 이 GP에 또 철책이 3중으로 보호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굉장히 요새처럼 되어 있는 곳이죠.
◇ 김현정> 이 북한 귀순병사는 얼마를 또 어떤 과정을 거쳐 건너온 거예요?
◆ 임태훈> 자기네들 북쪽 GP 지키는 곳에서 불과 얼마 안 떨어져 있으니까, 철책이 코일처럼 맨 위에는 꼬여 있거든요. 그것을 이렇게 양쪽으로 벌리고 넘어온 것이죠. 체구가 굉장히 작습니다.
◇ 김현정> 높은 곳을 넘어서 4m를 넘어온 게 아니라 양쪽으로 벌리고 올 수 있었던 거예요?
◆ 임태훈> 넘어서 최종적으로는 맨 위에 있는 코일로 꼬여져 있는 철책을 옆으로 벌리고 넘어온 것이죠.
◇ 김현정> 3, 4m는 올라가고 거기서 또 한 번 벌리고. 그게 가능합니까?
◆ 임태훈> 가능합니다. 또 합참이 실험을 해 봤는데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 김현정> 그렇게 해서 그 다음부터는 유유히 걸어서 오게 된 거예요?
◆ 임태훈> 네.
◇ 김현정> 그 때 우리 병사들은 몇 명이나 보초를 섰죠?
◆ 임태훈> 보통 우리 군 전체 GOP들을 보면 6개 군단이 지킵니다, 우리 철책을요. 각 사단마다 2개 연대가 GOP 경계근무를 서고 있고요. 1개 대대가 한 400명 정도 주둔하고 있는데요. 통상적으로 이게 정확한 건 아닙니다. 한 1개 소대 정도가 GP에 상주하신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사단마다 경계 병력의 규모마다 조금씩은 다릅니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한 10여 명 정도가 GP에서 생활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이번 귀순자가 넘어온 루트에는 야간에 4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걸 다 뚫고 지금 온 거예요?
◆ 임태훈> 그렇습니다.
◇ 김현정>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한 번도 안 걸리고 똑똑똑 노크하며 귀순할 수 있느냐.' 여기서 의문이 생기는 건데. 과거에도 혹시 이렇게 유사한 사례가 있었던 건가요?
◆ 임태훈> 있었죠. 그런데 그게 야간 같은 경우에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GP가 요새처럼 돼 있습니다. 왜냐면 그 요새 바깥은 적들이 언제나 올 수 있기 때문에 또는 전쟁으로 쳐들어올 때 일종의 파수대 역할을 해서 지켜야 되기 때문에 요새거든요. 그러니까 경계근무를 잘 서지 않으면 사실상 가까이 올수록 잘 발견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장비가 굉장히 93년도부터 TOD, 천안함 사태로 유명해졌죠.
◇ 김현정> 열영상 장비 말씀하시는 거죠?
◆ 임태훈> 네. 이 전까지는 굉장히 많이 넘어왔습니다, 사실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서 그런데요. 93년 이 장비가 도입되면서 한 10여 명이 내려오다가 3명이 사살된 사태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굉장히 잘 발견을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8년에 1사단의 GP에서 북한군 정치장교가 귀순을 했습니다.
◇ 김현정> 2008년에 일단 있었고.
◆ 임태훈> 그리고 2009년 3월에도 있었고요. 2010년 3월에도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 경우는 귀순하러 오는 과정에서 우리가 발견한 겁니까? 아니면 이번처럼 완전히 와서 문을 똑똑똑 두드린 거예요?
◆ 임태훈> 그러니까 2008년 사례는 정치장교가 자기 속옷을 백기로 흔들었는데도 반응이 없어서요. 자기가 소지하고 있던 권총 수발을 발사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 김현정> '나 좀 알아주십시오.' 하고 권총을 쐈는데도 우리가 몰랐어요? 결국 넘어가서 똑똑똑 한 거예요?
◆ 임태훈> 그렇죠. GP 통문 앞까지 와서는 똑똑똑 해서 자기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요. 여기는 좀 특이합니다. 여기 1사단 지역 같은 경우는. 불과 400m을 앞두고 DMZ 안에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이게 대성동이거든요. 여기에는 GP 옆으로 민간인들이 왔다 갔다 합니다. 거기에는 마을이 형성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경계근무를 특히 낮에는 잘 서지 않으면 동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구나.. 이렇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죠.
◇ 김현정> 2010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건 무슨 얘기죠?
◆ 임태훈> 2010년에는 금강산 통문으로 북한군 부사관이 귀순한 일인데요. 금강산 통문 앞까지 접근했는데도 발견하지 못 했어요, 귀순의사를 밝혔는데도. 그래서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가 북한군 추격조가 대거 넘어오니까 교전이 발생한 거죠. 그래서 귀순자인 걸 알고서야 우리 쪽으로 유도해서 안전하게 귀순한 사례가 있죠.
◇ 김현정> 그 때도 보도가 안 됐습니까?
◆ 임태훈> 이건 아마 보도가 됐을 겁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 당시에는 '허술한 경계 때문에 우리의 최전방이 위험하다.' 이런 식으로 보도된 건 아니었던 모양이에요? 잘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까.
◆ 임태훈>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유사한 사례가 또 있습니까?
◆ 임태훈> 2009년 3월에는 민간인이 1사단 아까 말씀드린 그쪽 지역으로 귀순을 했는데요. 철책을 통과하고 1시간 가까이 넘었는데도 GP에서 발견을 못 했습니다. 결국은 귀순자가 인근에 매복 작전 중이던 수색대원하고 맞닥뜨려서 남한 땅에 들어오게 된 거죠.
◇ 김현정> 말하자면 그 때도 어깨를 톡톡톡 치면서 '나 귀순자니까 알아주십시오.' 이런 건가요?
◆ 임태훈> 그렇습니다. GP에서 발견하는 게 맞죠, 사실은.
◇ 김현정> 이게 무슨 개그콘서트도 아니고,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상황이네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데, 혹시 이렇게 알려진 것 외에도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보십니까?
◆ 임태훈> 더 있을 수도 있죠. 문제는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언론에 밝혀진 사례가 많아진 것은 그만큼 군이 민간의 감시를 받고 있기 때문에 보도되는 횟수가 늘어났다고 저희는 보고 있는 거죠.
◇ 김현정> 갑자기 생각나는 사건이요. 2005년 연천 GP 김 일병 총기난사사건. 그 당시에 김 일병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피해군인의 유가족들은 지금까지도 북한군 소행이라고 계속 주장을 해 왔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그 주장에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쯤 되니까 정말 그때도 뭐가 있었던 게 아닌가.. 이런 얘기들을 할 법해요.
◆ 임태훈> 물론 그때 돌아가신 분들, 유족들 지금도 굉장한 고통 속에 살고 계시는데요. GP라는 곳이 매우 협소하고 철책이 3중으로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둘러 쳐져 있습니다. 대다수의 GP가 산 정상부에 위치해 있어서 접근이 힘듭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방금 말씀드린 건 서부전선이라서 평야지대고요.
대부분 우리 동부전선은 산악지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접근이 힘들고요. GP의 감시를 회피해서 몰래 내려오기는 사실은 쉬울지 몰라도 GP 자체 접근에서 습격하기가 매우 곤란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굉장히 하나의 요새처럼 돼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소행일 개연성은 있겠지만 3중 철책을 끊고 좁은 GP 내에서 경계병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고 그렇게 기습을 당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죠. 의심을 살 만은 하죠.
◇ 김현정> 우리 군의 경계, 얼마나 허술하게 뚫린 것인가. 오늘 그 실태 한번 들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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