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소은은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신세계 백화점 문화홀에서 열린 닥터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 "시나리오를 보고 역할이 맘에 들었다"며 "다각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정답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그리곤 이내 "사실 그냥 시켜주니까"라며 웃으면서도 "일단 시작해야 다른 모습들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 당찬 모습을 보였다.
닥터는 겉보기엔 잘 나가는 성형외과 전문의이나 사실은 중증 사이코패스인 인범이 젊은 아내 순정을 향한 집착적 애욕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실종' 후 3년 만에 선보이는 김성홍 감독의 한국형 스릴러다.
배소은은 극 중 인범의 아내 순정 역을 맡았다. 순정은 결혼 전부터 만나 온 영관(서건우)과 계속해서 밀월 관계를 유지하는 인물로 첫 만남부터 격렬한 베드신을 나눈다. 순정과 영관을 연기한 두 사람은 같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다.
서건우는 "이 작품 하기 전에 학교에서 졸업 공연을 같이 했다"며 "이 친구에 대해 잘 알고, 이 친구도 저에 대해 아는 게 많다. 그러다 보니 부담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공교롭게도 첫 대면이 베드신이었다"며 "하나의 부분이라 생각하고 아는 많은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임했다"고 설명했다.
배소은은 "학교를 한 학기 더 다녀야 하는데 개봉하면 친구들이나 동기들이 많이 놀리지 않을까 싶다"며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재밌더라"고 웃음을 보였다.
영화에서 무엇보다 놀라운 건 김창완이다. 산울림의 리더이자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로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선보여왔던 김창완은 극 중 사이코패스 인범 역을 맡아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지르는 등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나섰다.
그는 "처음에 대본을 받자마자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며 "그리고 나서 제가 거절한 이유를 스스로 알고 싶었다. 그 거부감의 실체를 알려고 캐스팅에 응했다"고 독특한 이유를 전했다. 이어 "어떤 영화를 보든 영화를 (영화로서) 진실된 눈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나름의 도전이었고, 저의 프레임을 깨고 싶었다"며 "다음에도 제의가 들어오면 얼마든지 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종 이후 3년 만에 신작을 들고 부산영화제 갈라 섹션을 찾은 김성홍 감독은 "의사는 메스(칼)로 생명을 다룰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이라며 "그들의 심리 상태나 정신 상태가 이상하다면 굉장히 무섭지 않겠나. 여기에서 출발한 작품"이라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닥터는 부산영화제 상영 후 11월 중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