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들 최대고민은 '일자리'
- 준비 안된 채 노년 맞은 베이비부머
- 복지, 교육, 상담 등 정책 필요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
10월 2일. 오늘은 노인의 날입니다. 흔히들 2012 대한민국의 노년은 서글프다, 이런 얘기들 하는데 ‘실버푸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죠. 오늘 노인들의 고민, 고충을 제대로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한국노인상담센터의 이호선 센터장, 이분은 서울벤처대학원 대학교의 교수이시기도 하네요. 전화연결해 보겠습니다.
◆ 이호선> 저희는 명칭이 보여주는 것처럼 어르신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심리적 문제, 또 실질적 문제에 대한 해결을 돕고 정보도 제공하고 있고요. 또 관련된 개인 상담이라든지 부부 상담이라든지, 또 가족이 함께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 가족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곳입니다.
◇ 김현정>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이라고 하면 65세 이상인 분들을 일컫는 말인데, 총 인구에서 봤을 때 노인분들이 몇 퍼센트나 될까요?
◆ 이호선> 사실 노인에 관련된 연령이 아주 다양한 편이예요. 그래서 국민연금법에서는 보통 55세, 노인복지법은 65세 그러는데요. 대략 만 65세 이상 된 어르신들을 곧 노인이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가 사실 압축적 고령화라고 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겪으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실제 우리나라는 지금 거의 11.8%, 그러니까 한 100명 중의 한 12명 정도가 노인이다, 이렇게 봐야 되겠죠.
◇ 김현정> 정말 노인 인구가 많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되는 건데요. 상담센터에서 노인분들의 고민 상담을 듣다 보면 고독의 문제, 건강의 문제, 자식과의 갈등도 있을 수 있고요. 가장 많이 호소하는 고민은 어떤 건가요?
◆ 이호선> 최근 한 3년 정도에 걸쳐서 그 전엔 가족의 문제라든지 이런 심리적인 개인 어려움들을 많이 호소하셨는데 요새는 취업에 대한 문의, 그러니까 경제적 문의가 가장 많은 편입니다.
◇ 김현정> 경제적인 문제. 제가 앞에서 지적한 실버푸어가 정말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네요?
◆ 이호선> 그렇죠.
◇ 김현정> 실태가 어느 정도나 됩니까?
◆ 이호선> 지금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중에 최고수준입니다. 한 45% 정도 되고 있는데요. 그 45%라는 건 결국 뭘 얘기하냐면 100명이 있으면 그 중에 거의 절반 가까운 어르신들이 사실상 최저생계비 정도, 그 이하의 금액을 가지고 그야말로 근근이 살고 계신다는 의미거든요.
◇ 김현정> 그게 절반 정도나 됩니까?
◆ 이호선> 그렇죠. 굉장히 높은 수준이죠.
◇ 김현정> 그러면 노후 준비가 된 사람들, 우리나라 노년층 중에 이 정도면 괜찮다 하는 사람은 몇 퍼센트나 잡으세요?
◆ 이호선> 노후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노후,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서 준비가 돼 있는가? 그 질문을 했을 때 약 한 37%가 “은퇴 이후의 삶을 생각해 봤다” 이렇게 답변을 하는데요. 생각을 하는 것과 사실 은퇴준비를 한 것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조사를 해 보면 만약에 100명이 있다 그러면 그 중에 실제적인 은퇴준비를 한 분들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사실상 노년층으로 편입이 되면서 거의 한 10% 정도. 사실상 그러면 70대 이상 되신 분들은 10% 그 이하라고 봐야 되겠죠.
◇ 김현정> 70대는 그러니까 먹고살기 바빠서 자신의 노후까지는 생각 못한 거군요?
◆ 이호선> 전혀 생각을 못할뿐더러 그냥 내가 사는 삶 자체가 그냥.. 사실 그 전에 이렇게 오래 살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었거든요.
◇ 김현정> 또 한 가지는 이런 것도 있지 않나요? 예전에는 다 나이가 들면 자식들이 봉양을 했으니까 그럴 거다, 생각하면서 자식들에게만 투자했는데, 지금 자식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 이호선> 그렇죠. 지금은 실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실버푸어의 원인이라고 하면 사실 가난이라는 게 복지하고 직결되는 문제라서 사회적인 대안이 필요한 상황인데요. 저희 사회도 노인인구가 이렇게 빠르게 늘어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거든요. 이런 시점에서 사실상 어르신들도 자녀 중심의 삶을 살았던 분들이고 그러니까 자녀들에게는 무조건 줘야 되는 거고.
그리고 요새 베이비붐 세대들이 한참 대부분 사회 노년층의 주역으로 등장을 하고 있는데 이분들 같은 경우에는 교육열이 워낙에 높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은퇴비용까지도 자녀교육비하고 또 자녀생계유지비. 요새는 캥거루족이다, 연어족이다, 그건 사실 자녀쪽에서 굉장히 좋게 나온 말이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부모 등친다고 해서 등쳐족이다, 또 연금에 빨대 꽂는다 그래서 빨대족이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데요.
◇ 김현정> 빨대족. 부모들의 연금을 쪽쪽 빨아먹는다고 해서.
◆ 이호선> 자녀들의 생계유지비까지 베이비붐 세대들이 사실 떠안고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만큼 실버푸어라는 말이 아주 와 닿는 거죠.
◇ 김현정> 노인상담센터에서 전화 받은 사례 중에 이런 구체적인 사례, 기억 남는 사례 어떤 게 있을까요?
◆ 이호선>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놀랍게도 남녀들의 비율이 굉장히 비슷하게 나타나는데요. 제가 기억에 남는 2개 정도 사례를 말씀드리면 한 사례가 여성분이 전화를 하셔서 "내가 자녀가 있다. 아들 둘에 딸이 하나해서 셋이 있는데, 사실상 나는 자녀들이 전혀 부양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생활비를 전혀 주지 않기 때문에 동(주민센터)에 가서 생활보호대상자가 되고 싶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부양할 자식이 있을 경우에는 사실상 생활보호대상자, 기초생활보호대상자에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매일매일 나는 먹고사는 문제가 굉장히 힘든데 실제로 먹고살 방법이 없다. 혹시 내가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겠느냐? 일자리도 소개해 주느냐?" 이런 상담들 요새 여성분들 굉장히 많습니다.
◇ 김현정> 그분은 나이대가 어느 정도 되신 분이었어요?
◆ 이호선> 이분들 나이가 굉장히 많으실 것 같죠? 60대 후반. 그러니까 67세, 70세 이 연령대가 가장 많고요. 그 다음에 최근에는 80세 넘은 분들도 그렇게 전화를 하신 적이 있어요.
◇ 김현정> 제발 일자리를 달라. 그러면 이분들 일자리 구하려고 하면 구할 수는 있습니까?
◆ 이호선>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죠. 저희가 10년 전만 해도 노인 일자리 사업이라는 게 아예 있지도 않았고요. 그 이후로 복지관 중심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이라는 게 이제 서서히 시작이 됐는데, 사실상 노인 일자리 사업이 옛날에는 있다 그래도 사람들이 별로 원치 않았어요. 그런데 요새는 어르신들이 미리 복지사들에게 '나 이거 일자리 사업 꼭 해야 되니까 나 꼭 넣어 달라', 또 동사무소에 가서도 '나 이거 없으면 죽으니까 나 이거 꼭 넣어 달라' 이렇게 부탁할 정도입니다.
사실상 그걸 나중에 가서 사람을 찾거나 이런 일은 거의 없을 정도로. 그 얘기는 뭐냐면 요새는 청년실업 500만 시대라고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런 시점에 어르신들을 위해서 실질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에는 사회적인 관심 밖에 있다고 봐야겠죠.
◇ 김현정> 그래서 OECD 국가 중에 노인 자살률 1위가 또 우리나라입니다. 이런 불명예도 또 우리나라가 쓰고 있는 상황인데, 해법이 뭐가 있을까요?
◆ 이호선> 이게 사실 OECD 국가 중에 1위라는 건, 사실 자살률이라는 건 사실상 이게 예방이 가능한 항목이거든요. 예방이 가능하다는 얘기라면 사실 한 세 가지 정도로 우리가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복지, 또 하나는 교육, 또 하나는 상담, 이쯤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흔히 복지라고 하는 게 여러 측면이 있겠지만 노년기에 보호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거든요. 거기다가 교육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 은퇴준비 교육 같은 건 전혀 없었습니다.
이게 사실상 필요한 시점은 이미 넘었고요. 그리고 실질적인 삶의 어려움이나 심리적인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상담, 이 세 가지가 있어야 사실상 이 노년기가 실버푸어가 아니라 실버리치가 될 수 있는 그런 측면이 있죠.
◇ 김현정> 지금 당장 어려움에 봉착한 분들한테, 교육하고 상담하는 건 조금 늦은 일일 수도 있고, 당장은 일자리를 뭔가 드리든지 아니면 지원을 해 드리든지 이게 필요하겠네요?
◆ 이호선> 이게 참 중요한 부분인데 우리나라 노년층에 들어가는 비용들이 사실 굉장히 많습니다. 많지만 거의 대부분 장기요양보험이라든지 이쪽으로 많이 들어가고 있거든요. 뭐냐 하면 아픈 어르신을 위한 것, 참 좋긴 한데.
◇ 김현정> 치매에 걸리신 분들이라든지 이런 분들?
◆ 이호선> 사실상 움직일 수 없는 분들보다는 움직일 수 있는 어른들이 훨씬 더 많아졌거든요.
◇ 김현정> 움직이는데 먹고살 수는 없는 분들이죠?
◆ 이호선> 그렇죠. 그러니까 사실상 건강한 실버푸어들이 건강하지 않은 분들이 받을 수 있는 어떤 혜택보다도 훨씬 더 미미한 혜택을 받고 있다, 사실상 이분들이야말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 김현정> 지금까지 노인들 고독 문제, 건강 문제만 해결해 드리면 되겠지라고 우리가 생각했지만 사실 가장 큰 문제가 경제적인 문제라는 거, 좀 충격적인 사실이네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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