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 1. 사생팬, 그들은 누구인가 2. 과거 사생팬의 고백 "나는 이렇게 사생이 됐다" 3. 그 많던 사생팬은 어디갔을까 4. 한국팬은 천연기념물? 사생팬 줄고, 외국 극성팬 증가 5. ‘사생택시’가 종적을 감췄다 6. 사생팬 근절, 대책은 없나 |
노컷뉴스 취재진은 사생택시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나흘동안 아이돌그룹의 기획사, 인기 아이돌그룹의 자택 앞에서 잠복취재를 했다. 하지만 취재를 하는 나흘동안 사생택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획사 관리인은 “몇 달 전만 해도 10여대가 넘는 택시가 길옆에 일렬로 서 있었는데 최근엔 많이 없어졌다”며 “요즘엔 우리나라 팬들은 잘 이용하지 않고, 일본이나 중국에서 와서 뭘 잘 모르는 사람들이 타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기획사 근처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사생택시가 아니더라도 기획사 앞에서 연예인들을 뒤쫓아 달라고 얘기하는 팬들이 많아 일반 택시 기사들도 종종 정차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엔 손님이 적어 예전만 못하단 얘기를 많이 들었다. 굳이 가서 정차해 대기하고 있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획사 앞에 있던 한 팬도 “오랜만에 왔는데 웬일로 사생택시가 하나도 없다”며 “사생들이 없어지니까 사생택시도 줄어드는 것 같다”고 했다. 사생택시의 주요 이용고객이라고 일컬어졌던 외국 팬은 “오빠들이 사생택시를 타고 쫓아오는 것을 싫어한다”며 “싫어하는 것을 굳이 하면서 괴롭히고 싶지 않다. 기획사 앞에서 잠깐이나마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생택시가 줄어든 배경엔 최근 잇따른 스타들의 사생택시 비판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김희철이 지난 7월 SNS를 탈퇴하기 전 마지막으로 올린 글이다. 김희철은 자신을 쫓아다니던 사생팬과 사생택시에게 “매번 목숨 걸고 도망가듯 운전하는 거 무섭다. 실망한다 해도 배부른 줄 알아야 해도 전 목숨이 하나라 안 되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희철뿐만이 아니다. 배우 장근석, JYJ 김재중도 SNS를 통해 사생택시를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스타들이 이처럼 사생택시에 적대감을 표현하는 이유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와 무관하지 않다. 사생택시는 스타들을 쫓기 위해 신호나 적정속도 등 교통법규는 간단히 무시한다. 일부 팬들의 경우 스타가 탄 차와 일부로 접촉사고를 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때문에 언론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자신의 팬들을 돈벌이로 여긴다는 것 또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요소다. 사생택시의 1회 이용 요금은 4인 기준으로 10만 원 정도다. 하루 종일 이용할 경우 30만원에서 4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사생팬 입장에선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한 만큼 기사들이 무조건 연예인을 쫓길 바란다. 한 택시기사는 “한 밤중에 연예인 차를 쫓기 위해 시속 160km까지 밟아봤다. 돈을 받았으니 무조건 쫓아가야 한다. 안 그러면 난리가 난다”고 털어놨다.
사생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신규 사생팬들이다. 사생 생활을 오래한 팬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의 단골집이나 행동패턴 등을 모두 파악해서 미리 가서 잠복하지만, 정보가 부족한 신규 사생팬들은 사생택시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사생택시 기사들은 조직을 만들어 무전기로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호객행위를 하기도 한다. 최근엔 한류열풍으로 중국, 일본에서 온 팬들이 많아지면서 중국어, 일본어를 배우는 기사들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과거의 일이 됐다. 사생택시 조직 제의를 받아봤다는 한 택시기사는 “사생택시를 전문적으로 하던 친구들도 모두 일선으로 돌아갔다. 택시를 타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허탕을 치는 것 보다 조금씩이라도 돈을 버는 게 나으니까 다시 거리를 도는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