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호남은 단일후보의 적합성을 놓고 야권 지지세력의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두 후보는 추석 전에 호남을 전격적으로 방문함으로써 자신들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추석 밥상에 오르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먼저 문 후보는 호남 방문에 앞서 지난 25일 민주캠프 산하 조직 담당인 동행1본부장에 현 전남도당위원장인 3선의 우윤근 의원을 발탁했다. 또 직능단체를 책임질 동행2본부장으로는 광주에서 3선을 지낸 강기정 최고위원을 영입했다.
이처럼 문 후보가 호남 인사에게 조직 담당이라는 중책을 맡긴 것은 호남 표심을 끌어안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문 후보측 진성준 대변인이 "적재적소에 맞는 인물인 동시에 호남인 것도 배려했다"고 말한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와 함께 문 후보는 오는 27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을 방문한다. 27일에는 광주 5·18 국립묘역을 참배한 뒤 태풍 피해지역인 나주를 찾아 피해상황을 점검하며 주민들을 위로할 것으로 전해졌다.
28일은 광주에서 기자회견 등 나머지 일정을 소화한 뒤 상경길에 대전에 들러 귀성객들에게 추석 인사를 건네는 일정을 짜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진 대변인은 "광주 방문을 통해서 문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광주시민과 호남지역 주민들의 말을 깊이 경청하고, 진솔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가 최근 동교동계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데 이어 단일화의 최대 분수령이 될 추석 민심을 호남에서부터 훑기로 결정한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호남 지지율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지난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광주·전라도에서 야권후보 단일화 지지율은 안 후보가 54.9%를 보인 반면, 문 후보는 38.3%에 그쳤다.
지난 22일 한국경제신문·글로벌리서치의 단일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문 후보는 호남에서 43.1% 대 51.6%로 열세였다.
우상호 공보단장이 "두 후보의 지지율은 상당히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특이한 것은 호남에서 안 후보가 더 높다는 것"이라며 "겹치는 지지층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승부가) 달려있다"고 분석했을 정도로 문 후보측은 집토끼 단속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대선 출마 선언 직전인 지난 14일 광주 5·18 국립묘역을 참배한 안 후보는 문 후보가 광주에 내려가는 27일 전남 여수를 방문하기로 했다.
안 후보측 관계자는 "안 후보가 26일 부산에서 1박을 한 뒤 여수에 있는 처가댁에 가기로 했다"며 "추석을 맞아 인사하는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당일 바로 올라오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일정이고 비공개 일정"이라며 "포럼이나 행사를 일절 열지 않고, 외부 인사를 만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안 후보의 부인이 호남 출신이라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린 것만으로도 호남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안 후보는 여수 방문 일정을 마친 뒤 곧바로 상경해 추석 연휴 기간 내내 서울에 머물면서 민심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교체 열망이 높은 호남에서는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됐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꺾을 대항마가 야권 단일후보가 돼야 한다고 여기는 만큼 양측의 호남 구애작전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