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무짓도 안했는데요" 왕따…방관자도 가해자

"따돌림 당하는 친구위해 나서기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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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폭력에 '침묵하는 죄인' 방관자

담임 선생님: "담비(왕따 학생)가 너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고 그러던데?"

아람: "제가요? 선생님 저는 아무 짓도 안했는데요"

아람이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왜 담비는 아람이 때문에 힘들어 했을까?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연극 '솔,까(솔직히 터놓고 말해볼까)'는 직접 가해를 한 적 없는 '방관자'가 잘못한 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시작된다.

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담비는 햇빛 알레르기 때문에 체육 시간에 늘 교실을 지켜야 했다. 반장 에스더는 담비의 '불가피한 특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놀릴 때마다 정색하는 담비의 성격도 눈엣가지다.

에스더의 놀림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담비를 놀리는 친구는 늘어났다. 친구들은 담비에게 '키가 작다', '담비의 오빠가 뚱뚱하다'는 인신공격을 가했다. 어느 순간부터 담비는 반에서 '공식적인 놀림거리'가 됐고 늘 혼자 다녀야 했다.

담비의 짝인 아람이는 담비를 놀리지 않았다. 에스더와 몇몇 친구들이 담비를 놀릴 때마다 웃으며 지켜볼 뿐,

하지만 따돌림을 당한 담비는 "지켜보고 웃기만 한 아람이가 제일 원망스럽다"고 털어놓는다.

◈ 따돌림 당하는 친구위해 "나서기 쉽지 않다"...초등학생들 고민 털어놔

21일 오전 9시 용산구의 후암 초등학교 강당에서는 이 학교에 재학중인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연극이 열렸다.


250여명의 학생들은 연극에 금세 빠져들었다. 배우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답하고 의견을 밝혔다. 배우들의 코믹 연기에 '까르르' 웃다가도 '담비'가 따돌림을 당하며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볼 때 학생들의 눈빛은 진지해졌다.

학교 폭력을 견디지 못한 담비는 어느날 방관자였던 아람이에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아람이는 담비의 반응에"놀린 적도 없고 괴롭힌적도 없는데 억울하다"라고 토로한다.

담비는 "내게 말 걸어 준 적이 없다. 같이 비웃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연극은 두 배우가 내지 못한 답을 얻기위해 250여명의 학생들에게 묻는다. 방관자인 아람이가 잘못을 했는지 묻는 질문에, 학생들은 "담비가 당하는 것을 보고도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했다"라고 말한다. 또다른 학생은 "아람이는 잘 해주려고 했지만 담비가 오해한 것이다"라며 아람이를 옹호했다.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람이가 담비에게 다가갔어야 했다", "아이들이 놀릴 때 말렸어야 했다"등 아람이의 역할을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놀리는 아이들을 막을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라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솔직히 쉽지 않다", "용기내기 어렵다"는 말을 털어놓기도 했다.

◈ 대부분의 학생들 '방관자',,,"방관자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

용산구 보건소와 녹색소비자연대 건강한 학교만들기 운동 본부가 극단 산수유와 함께 7개월동안 준비해 연극 '솔,까'를 선보였다.

'방관자도 학교 폭력의 가해자', '잘못된 점을 알면서도 용기 내지 못하는 부끄러운 자신'에 대해 솔직히 터놓고 말해보자는 의미에서 제목을 '솔,까'로 지었다.

이현경 연출자는 "때리지 않아도 상처줄 수 있는 방관자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연극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또 "따돌림과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결국에는 방관자에게 있다"며 "방관자 여럿이 용기를 내 왕따 학생에게 다가가고 폭력을 말릴 수 있다면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연을 본 후암초등학교 6학년 박연수(12)양은 "장난이나 놀림도 학교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신지훈(12)군은 "반에 있었던 학교 폭력이 생각났다"며 "그 때 말리기도 했지만 그냥 있었는데 앞으로 더 (학교 폭력)말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이은주 선생님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은 극히 일부지만 가장 많은 친구들이 방관자 역할을 맡게된다"며 "교실에서 실제 일어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아이들이 이해하고 공감하기에 좋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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