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서는 민주당 후보와 안 원장이 동시에 나오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가정하고 있는 만큼, 단일화는 정권교체를 위한 필수 절차이다.
문 후보는 일찌감치 안 원장을 대표하는 시민사회와의 공동정부론을 언급했으며, 경선 과정에서도 자신이 단일화를 잘 성사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안 원장도 민주당 후보 선출 이후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링 위에 오른 두 사람의 단일화 논의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은 당장 협상을 하기 보다 일정 기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2년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가 추진될 때 노 후보가 끝까지 반대하다가 주변의 압력에 못 이겨 선거에 임박해서야 협상이 시작됐다.
핵심 당 관계자는 "한 달에서 최대 두 달은 휴지 기간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며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라도 급하게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후보는 당분간 민주당 경선의 컨벤션 효과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당 쇄신을 이끌며 후보 중심의 구도 재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도 "당이 확 바뀌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쇄신을 거듭 강조했다.
안철수 원장을 향한 이탈 세력이 생기지 않도록 당내 화합을 이끄는 것도 중요하다. 경선 과정에서 모바일 투표 불공정 시비 등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당내 갈등을 잠재우고 여러 계파가 어우러진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할 수 있을 지도 관건이다.
문 후보가 당내 구심력을 키우는 동안, 안철수 원장도 오랜 숙고 끝에 출마를 결심한 이후에는 민주당과 일정 거리를 두면서 정치권 바깥에서부터 세를 불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 원장은 시민사회와의 연대로 기존 정치권과는 차별된 캠프를 꾸리면서 새로운 정치 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일부 세력도 안 원장측에 흡수될 수 있다. 2002년 후단협 형식으로의 자연스러운 이탈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양측이 거리두리를 하면서 각자 정치적 행보를 펼쳤을 때 단일화의 가장 큰 관건은 역시 지지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컨벤션 효과(Convention Effect:전당대회와 같은 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를 지지율 상승의 발판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두 후보가 링에 오르는 시차가 크지 않은 만큼 효과가 상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은 보수층을 중심으로 어느정도 안정돼 있는 만큼 두 사람의 지지율은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가 될 수 밖에 없다.
정치적 이벤트가 끝난 뒤에도 두 후보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팽팽하게 전개되면 결국은 정면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모바일 투표와 여론조사 비율을 두고 팽팽한 룰 싸움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 셈법을 벗어나 전혀 다른 방식의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야권의 한 전략가는 "이번 단일화는 정치인들의 공학적 선거 연대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여론조사나 투표를 거치지 않고 안철수, 문재인 두 사람이 직접 담판을 내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안 원장 측과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민주당 송호창 의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은 지난 서울 시장 경선 때와 상황이 다르다. 단일화 방식도 그때와 똑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단 후보가 정해지면 후보들끼리 단일화 방식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안 원장이) 자기 욕심 때문이거나 명예를 위해서 대선에 출마하려는 것은 아니다. 안 원장도 그렇게 얘기했고, 민주당 대선후보도 시대적 소명이라는 관점에서 후보 단일화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당의 원심력과 구심력으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할 두 사람이 숨고르기 기간에 지지율을 얼마나 끌어올릴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