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대리점들은 서로 경쟁하듯 지난주 금요일부터 갤럭시S3에 대해 시간대별로 파격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10일 기준 갤럭시S3 기계값은 1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출시 초기 기계값이 100만원 가량이었음을 감안하면 90만원 정도가 떨어진 것이다.
10일 복수의 통신사 대리점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타통신사에서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해서 가입할 경우 삼성전자의 갤럭시S3는 10만원이다.
여기에 가입자비(3만9,600원)와 유심비(9,900원)를 더하고 부가서비스 강제사항을 제외(2만원가량)하면 7만원 가량이 더해져 17만원 정도가 된다. 얼마 전 100만원 가량에 판매하던 제품이 출시 4개월 만에 10만원대로 추락한 것이다.
물론 17만원에 갤럭시S3를 가져가려면 12월 1일까지 오프라인에서는 72요금제, 온라인 가입할 경우엔 62요금제를 유지해야 한다. 12월 1일 이후에는 34요금제 등 자신이 쓰고자 하는 요금제로 변경해도 된다.
사실상 갤럭시S3를 사게 되면 SK텔레콤은 가입자에게 웃돈을 주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SK텔레콤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KT도 마찬가지다.
통신사들은 자사의 요금할인 혜택을 통해 자신들이 내세운 조건을 만족한 가입자에게 통신사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오프라인 기준,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한 가입자가 약정 가입 필수 사항인 72요금제를 24개월 동안 사용하게 되면 총 47만원가량이 보조금으로 지급된다. 갤럭시S3 기계값과 가입비와 유심비 등을 모두 합쳐도 17만원이다.
즉, 지금 타통신사를 사용하던 가입자가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해서 갤럭시S3를 쓰면 30만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약정을 30개월로 하게 된다면 가입자가 통신사로부터 받는 금액은 42만원가량이 된다. 72요금제로 30개월 약정시 통신사 보조금이 약 59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리점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시간단위로 바뀌고 있고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며 "지금 갤럭시S3는 기계값만 10만원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 가입하면 소비자가 돈을 받고 갤럭시S3를 사가게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식을 접한 기존 갤럭시S3 구매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일부는 휴대전화 매장을 찾아 항의하고 영업을 막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리점 한 관계자는 "이는 유례없는 파격 공급가인데 매장에 들어와 항의하는 손님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 불안하다"고 했고, 온라인에 네티즌들은 "이래서 스마트폰 처음에 나왔을 때 사면 안 된다"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갤럭시S3 가격 추락을 놓고 삼성이 애플의 아이폰5 출시에 앞서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강수를 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갤럭시S, 갤럭시S2 때에도 이런 적은 없었다"며 "유례없는 갤럭시S3의 파격 할인가에 다들 놀라고 있는데 최근 애플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는 삼성전자가 애플 아이폰5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강력하게 공세를 펼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갤럭시S3의 파격 할인 소식은 스마트폰 가격 거품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파격 할인 범위를 넘어섰다는 게 그 이유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스마트폰시장에서도 해외 구매자에 비해 2배이상 돈을 내야 하는 등 홀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실제로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들이 관측하는 스마트폰 원가율은 출고가 대비 40~5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과 갤럭시 시리즈 등 스마트폰의 출고가가 80만~90만원대에 이르지만, 실제 부품가는 20만~30만원대에 불과하고 광고비와 인건비 등을 더하더라도 대당 40만~50만원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사 중심으로 단말기가 유통되는 한국은 판매가격 경쟁이 활발하지 않을 수 있다"며 "유통망 경쟁이 제한돼 출고가격이 해외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구매가격은 높게 유지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