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 전공 김수연(28·여)씨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외국어영역 대화문의 성차별 연구'를 주제로 쓴 석사논문에 따르면 평가 문항 자체에 내재된 성차별적 요소가 적지 않았다.
1994학년도부터 2012학년도까지 출제된 220개 대화지문, 306개 듣기 문항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 외국어 영역은 ▲사회 ▲학교 ▲가족 공동체에서 편향된 성역할을 고착화시키는 내용이 다수 나타났다.
◈ 의사는 남자, 간호사는 여자
일단 한국 표준 직업 분류를 기준으로 구분했을 때, 전체 직업인 164명 가운데 남성은 134명(51%), 여성은 130명(49%)으로 겉보기에는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직업을 세부적으로 보면 내재된 성차별적 요소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일단 직업인 가운데 의사는 모두 남자로만, 간호사는 모두 여성으로만 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전문대학원 남녀 비율이 각각 47.4%와 52.6%로 여자가 오히려 많다는 교육과학기술부 2009년 설문 결과와는 동떨어진 성차별적 요소였다.
같은 관리자라고 하더라도 여성은 작은 규모인 가방가게 주인, 제과점 주인으로 묘사됐지만, 남성은 보다 큰 규모의 회사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여성의 직업은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로는 단 한번도 나타나지 않아 "단순하고 힘든 일은 남성이 담당한다"는 편견을 더 고착화하고 있었다.
◈ 학교 우등생 모두 남학생 차지
시험에서 묘사된 학생들도 남학생과 여학생에 따라 그 모습과 역할이 판이하게 달랐다.
학교를 배경으로 남학생은 41명, 여학생은 45명이 등장했지만, 이 가운데서 우등생이나 반장으로 묘사된 여학생은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학생들은 오직 반장에 선출된 남학생을 축하해주는 등의 모습을 보여 복종하는 여성과 군림하는 남성의 이중구조를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여학생은 입체적이거나 주동적이기보다는 남성을 돕는 조력자로만 자주 등장했다.
◈ 가족에도 편향적 성역할 묘사
외국어 영역에서는 특히 가족 안에서의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을 편향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남성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밖에서 일을 하는 아버지와 남편으로 묘사한 반면에, 집 안에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어머니와 아내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2006학년도 2번 문항을 보면 남편은 귀가 후에도 항상 일을 하며 휴가를 떠나서도 일을 손에 놓지 못하고, 심지어 2012학년도 2번 문항에는 일 때문에 가족 여행을 취소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반면 어머니는 늦게 귀가하는 아들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학교에 갈 시간에 맞춰 아들을 깨우고 약을 가져다주는 전형적인 양육자로 묘사했다.
이런 현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논문은 ▲성불평등 개선 위한 출제 기준 마련 ▲교사의 성차별적 고정관념 변화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 활성화 ▲학생들의 성감수성 고양 등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