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 후 받는 영수증에 담긴 불편한 진실

머리가 지끈지끈 매일 두통이 끊이지 않았다. 불면증에 시달렸고, 샤워만 하면 쓰러질 것처럼 어지러웠다. 하루 중 대부분을 머리가 멍한 상태로 지내는 날이 지속되었다. 설탕이 잔뜩 든 음식만 보면 무엇이든 먹으려는 강한 욕구가 통제가 안 될 정도로 솟구쳤다. 감정 기복이 심해져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가 하면 우울한 날들이 지속됐다.

'독성 프리'의 저자 데브라 린 데드가 20대에 겪은 증상이다. 원인도 모른 체 매일 고통을 받던 저자는 어느 날 독성화학물질에 노출되었을 때에도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다. 결과는 '화학물질과민증(MCS : Multiple Chemical Sensitivity)'.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는 환경질환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평범하게 살던 자신이 독성화학물질에 중독되어 있다는 게. 하지만 그 독은 우리 일상에서, 우리와 함께하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 몸 곳곳에 저장되어, 우리의 건강을 갉아먹고 있었다. 다만 '독성화학물질'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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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나 마트에서 매일 주고받는 영수증에는 '비스페놀A'라는 독성화학물질이 사용된다. '비스페놀A'는 영수증을 만지면 피부로 쉽게 옮겨진 후 피부를 관통해 손을 씻어도 없앨 수 없는 깊이까지 몸속으로 침투한다. '비스페놀A'는 인체 생식기관과 호르몬을 손상시키고 가슴조직과 전립선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이 '비스페놀A'는 플라스틱 생수병에도 함유되어 있다.

우리가 위생과 청결을 위해 사용하는 구강 청결제에는 술보다 많은 양의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다. 이 알코올은 마실 수 없게 다른 화학물질을 첨가한 변성알코올로, 무심코 마실 경우 아주 독한 술을 마신 것과 같은 반응이 나타나며, 많은 양을 마시면 쇼크나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할 수도 있다. 또 대부분 구강 청결제에 포함된 향균성분 '트리클로산'은 발암물질로 추정되면 내분비교란 물질로 알려져 있다.

립스틱에는 '납'이 들어 있다. 달콤한 향이 나는 향수는 아이가 삼키면 사망할 수도 있다. 이처럼 독성화학물질은 물·음식·세제·화장품·옷·가구·공기 등 우리 생활 속 깊이 파고들어 있다.

데브라 린 데드의 저서 '독성 프리'는 우리 생활 속 어떤 물건에 독성화학물질이 있으며, 우리 건강에 끼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또한 이 독성화학물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이 정리돼 있다. 책은 저자가 독성화학물질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1978년부터 지금까지, 30여 년간 지속된 연구와 경험·지식이 집약된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독성화학물질에서 벗어나는 쉽고도 간단한 친환경적인 방법이 많다고 말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 피로감, 우울증에 시달린다면 '혹시 나도'라며 의심과 함께 이 책을 펼쳐 보자. '뉴욕타임스'로부터 '녹색 혁명가'라는 칭호를 받은 저자의 책이 우리를 '독성화학물질'에서 구원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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