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서 애플 완승…의도적 韓 기업 옥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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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최근 자사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는데 미 법원에서 이뤄진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 평결이 이에 대한 연장선상에 하나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27일 IT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월풀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산 세탁기에 최고 82%의 관세를 부과하는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렸다. 이는 미국이 최근 강화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자사 보호무역주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지시간으로 지난 24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 배심원단 평결이 나와 이에 대한 시각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특히, IT업계에선 이번 미국 배심원단이 '둥근 모서리의 사각형 디자인'에 대해 애플의 독점 디자인으로 인정한 것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는 애플이 주장한 '둥근 모서리의 사각형', '평평한 화면' 등 일반적인 디자인 속성을 특정 기업이 독점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네덜란드에서의 가처분 소송에서 갤럭시S 등이 애플 디자인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이 나왔고, 이달 24일 한국 판결에서도 애플의 디자인 특허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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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7월 영국에서 삼성전자가 제기한 디자인 비침해 확인소송에서 법원은 삼성 갤럭시탭이 애플의 태블릿 디자인과 다르다고 판결해 애플의 디자인 고유 특허에 대한 여지를 두지 않았다.

당시 영국 법원은 Knight Ridder(1994) 등 약 50여 개의 선행 제품을 고려해 애플 디자인의 많은 부분에 독창성이 부족하며 삼성 태블릿은 애플 제품과 뚜렷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미국 배심원단의 평결은 달랐다. 둥근 모서리의 사각 디자인을 애플의 고유 디자인으로 규정하며 모바일 기기 디자인에 대한 글로벌 업계의 전반 인식과 다름을 보여줬다.

이번 평결이 최종판결로 날 경우 IT업계는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애플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악의 경우, 향후 애플을 제외한 세계의 모든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현재 판매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모델들을 시장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기 이전인 2006년 휴대전화 외관이 직사각형이고 둥근 모서리를 갖고 있는 'F700' 모델을 개발했지만, F700은 미국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못한 채 철저하게 무시됐다.

미국에서의 평결이 '애국심 평결'이며 보호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바로 이 같은 기본적인 사항들이 무시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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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한 관계자는 "둥근 모서리의 사각형 디자인이 애플의 고유 디자인으로 판결날 경우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향후 애플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모바일 기기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한편, 글로벌 IT업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산호세 평결 과정에서 애플이 삼성의 통신 표준특허를 단 1건도 침해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린 것에 대해서도 업계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자칫 표준특허는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의 인식이 퍼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면서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로 확보한 통신 표준기술을 허락없이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번 미국 평결의 허점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평결지침이 109페이지, 평결양식이 20페이지 33개 문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노트(판사에게 전달하는 질문사항)도 없었다는 것이다.

또, 평결에 걸린 시간도 사안의 복잡성에 비해 상당히 짧았다는 것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이번 건보다 복잡하지 않았던 구글이나 오라클 특허 소송의 경우 약 일주일 정도 걸려, 당초 연기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22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끝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IT업계에선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반응이다. 이번처럼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의 사안을 다루는 소송에서 단 한 번의 노트도 없이 속전속결로 끝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우려는 소송 시작 당시부터 시작돼왔다. 전문적 내용의 특허 소송을 가정주부와 무직자 등이 포함된 일반인인 배심원들이 평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미국 내 자국기업인 애플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애플의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거주인들로 배심원단을 구성한 것도 불씨를 키웠다.

특히, 애플이 소니스타일 디자인을 참고했었다는 증언을 할 애플의 디자이너 니시보리의 증언, 삼성이 애플 디자인을 베끼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삼성의 선행제품 관련 증거 등 삼성에 유리한 주요 증거가 재판에서 계속 제외돼 재판의 공정성 논란은 계속돼왔다.

여기에 이번 평결이 일방적인 애플의 승리로 나오면서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미국 유력 정보기술 전문 시넷(CNet)은 배심원들이 주말에 요트를 즐기기 위해 졸속 평결을 했다고 주장하는 보도를 해 졸속 처리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등 현지언론은 "다양한 기술과 많은 개별 제품이 소송 대상인 점을 고려할 때 배심원 결정이 다소 오래 소요될 것이라는 예측을 뛰어넘는 심리 후 3일 만에 이뤄진 빠르고 결단력 있는 배심원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사의 특허 디자인S/W 사용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는 '애플 세금(Apple Tax)'"이라며 "이로 인해 애플사는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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