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 쏟아지자 마을길 순식간에 와르르…무슨 일이?

수자원공사 "관할 공사 구역 아니라 보상 못 해…도의적 책임은 있어"

"어, 어 무너진다! 저리 비켜요!"

순식간이었다. 흙탕물이 쏟아져나오는 파이프관을 살펴보던 대부도 마을주민 김모(69) 씨가 "비켜서라"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포도밭으로 이어지는 폭 2미터의 마을길. 도로 오른편 흙더미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1~2초 만에 도로가 1미터 아래로 무너져내렸다.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을 빼내려 임시방편으로 파이프관을 묻어놓은 곳이었다.




가슴을 쓸어내린 김 씨는 동굴처럼 구멍이 뚫린 마을 도로와 시뻘건 흙탕물을 계속 쏟아내는 파이프관을 번갈아 바라봤다.

중부지방에 140mm의 폭우가 쏟아진 지난 20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동 영전마을.

지난해 이 마을 야산에서 수자원공사의 토취 공사(흙 퍼가기 공사)가 시작된 이후 마을 주민들은 산에서 내려오는 흙탕물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토사로 붉게 물든 마을길을 지나 흙탕물에 잠긴 자신의 논으로 향하던 김 씨가 마을길 왼편으로 흙탕물이 세차게 흐르는 폭 1미터의 도랑을 근심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김 씨는 이 도랑이 공사가 시작된 이후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세찬 물길에 땅이 패여 나무들 사이로 물길이 생겨났다는 것. 실제로 도랑 양 옆으로 서 있는 소나무들이 한 줌 흙더미에 매달려 뿌리를 드러낸 채 위태롭게 서 있었다.

"원래는 여기 물도 안 흘렀어. 아무것도 없었는데 수자원공사가 흙을 퍼가면서부터 물길이 이리로 흐르더니 지금은 아예 물길이 났지."

지난해 6월, 수자원공사는 시화 MTV 사업과 관련해 이 마을 임야 22만평을 토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주민들은 "수자원공사가 토취 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 비만 오면 도로까지 물이 차고 포도밭과 논이 흙탕물에 잠기고 있다"며 "수공이 재해대책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공측이 공사를 시작하기 전 배수로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빗물이 그대로 마을로 내려오면서 토사와 함께 흘러나온 물이 마을의 논과 밭을 뒤엎는다는 것.

마을주민 신모(65)씨 논은 올해 폭우로 흙탕물 피해를 봤다. 신 씨는 "벼가 핀 상태에서 논이 물에 잠겼으니 수확이 50% 이상 안 나올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신 씨는 "지난해 공사를 시작하면서 여름에 비만 오면 버스 다니는 길도 흙탕물이 차 사람이 못 다닐 지경이 됐다"며 "22만평이나 되는 공사를 하면 시작하기 전에 도랑을 넓혀서 물이 잘 빠지도록 해 주는 게 원칙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나와 포도밭을 정비하던 주민 박모(45)씨도 피해를 입긴 마찬가지. 흙으로 엉망이 된 포도나무를 바라보던 박 씨는 "올해 농사는 잘 안 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마을에서 수십년째 살고 있다는 주민 김모(69)씨는 "지난해 공사가 시작되면서 세 차례 침수 피해를 입었다"며 "이 부락에 평생을 살면서 이런 침수 피해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김 씨는 "주민들이 물이 넘친다고 난리를 치니까 수공에서 나와 도랑을 임시방편으로 정비해줬다"며 "공사정비도 안 된 상태에서 공사를 계속 진행하면 우리는 매해 이런 난리를 겪어야 하는 거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수공측은 "해당 마을은 사업 구역 내에 포함돼 있지 않고 배수로 공사도 수자원공사 관할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배수로는 안산시에서 관리하는 공공시설물이기 때문에 시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

관계자는 "재해영향평가에 따라 빗물이 마을로 흘러가지 않도록 물을 담아놓는 침사지 10곳을 만드는 등 안전 시설을 확충하고 공사를 진행했다"며 "현재도 토취 공사와 함께 주변 정비를 꾸준히 진행중"이라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그러나 "수자원공사의 관할 구역이 아니다보니 주민들에게 보상을 해 줄 의무는 없다"면서도 "토취 공사로 인해 유속이 빨라진 부분 등 도의적인 책임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안산시측과 협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영상제작]=노컷TV 민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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