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전 패배의 아픔을 숨기고 3-4위전이 끝난 후에야 울겠다고 했다. 졌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분했나 보다.
한국 여자배구의 간판스타 김연경(24·페네르바체)은 1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얼스코트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0-3으로 패한 뒤 "이기고 나서 울려고 했는데 지금은 눈물이 안난다"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여자배구는 동메달을 땄던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36년만의 메달 획득에 도전했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대회 득점왕을 예약한 김연경은 22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일본의 벽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김연경은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많이 아쉽다. 좋았던 부분도 있고 나빴던 부분도 있는데 마지막이 안좋아 할 말이 없다"며 "선수들의 몸이 굳었다기보다는 블로킹과 수비가 잘 안됐다. 심판이 중간중간 분위기를 잡아먹은 것도 컸다"며 아쉬워 했다.
비록 메달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여자배구 대표팀은 경기 후에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36년만에 준결승 무대에 오른 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 이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를 통해 여자배구의 희망을 봤다. "올림픽을 통해 우리도 많이 성장했다. 36년만의 4강 진출만으로도 뜻깊은 올림픽이었다고 생각한다. 4년 뒤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 내가 뛸지는 모르겠지만 4년 뒤에 충분히 메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올림픽이 한국 여자배구에 많은 것을 가져다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득점왕에 오른 것도 기분좋게 생각한다. 선수들도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한국이 4강까지 온 것은 기적이자 실력이었다"고 대회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김연경의 말처럼 이번 대회 득점왕은 사실상 결정됐다. 김연경은 이날 경기까지 207득점을 기록했다. 결승전을 남겨두고 있는 2위 미국의 데스티니 후커(147득점)과 무려 60점 차이가 나 역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소속팀 계약 문제를 매듭지어야 하는 김연경이다. 소속팀을 둘러싼 분쟁과 관련해 김연경은 "그동안 올림픽에만 신경을 썼는데 힘이 빠지니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이 든다. 당분간은 쉬고 싶다"고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