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 환자시신 유기…남아있는 의문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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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경찰서는 환자가 숨지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의사 김 모(45) 씨를 사체유기 및 업무상 과실치사,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9일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하지만 전문의인 김 씨가 이 씨에게 위험한 약물을 대량으로 투여하고 시신을 공개된 장소에 유기한 이유가 드러나지 않아, 김 씨의 의도와 사건의 배경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 1년 전 '환자-의사'로 만난 사이, 그날 김 씨의 병원에서는 무슨 일이?

숨진 이 씨는 지난달 30일 밤 김 씨로부터 "언제 우유주사 맞을까요"란 문자를 받았다. "오늘요ㅋㅋ"라고 회신한 이 씨는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김 씨의 병원으로 향했다.

이 씨와 김 씨는 1년 전 환자-의사 사이로 만나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오던 사이였다.

김 씨의 진술에 따르면 이 씨는 이날 밤 11시쯤 김 씨의 병원에 도착해 마취제와 수면유도제가 혼합된 약을 투여받고 성관계도 가졌다.

숨진 이 씨의 스마트폰에서는 밤 11시 15분부터 11시 50분까지 '베카론', '리도카인', '박타신' 등의 약이름을 검색한 기록이 발견되기도 했다.

김 씨는 성관계 후 이 씨와 같은 방에서 잠이 든 뒤 일어나보니 이 씨가 숨져 있었고, 병원에 누를 끼칠까 염려돼 부인의 도움을 받아 시신을 한강잠원지구 수영장 근처 주차장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 피의자는 '산부인과 전문의'…사망에 이를 줄 정말 몰랐을까?

경찰은 애초 이 사건을 고의적인 살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김 씨는 "점적주사(링거를 통해 약물을 방울로 투여하는 방식)로 투여하면 생명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고의적인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부인해 왔다.

결국 경찰은 "피의자가 부인하는데다 김 씨에게 고의성이 있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어 살인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면서 9일 검찰로 사건을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산부인과 전문의인 김 씨가 위험한 약물을 대량으로 투여하면서도 위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마취과 전문의 등 의사의 감정에 따르면 김 씨가 이 씨에게 투여한 나로핀, 베카론 등 약물은 혈관으로 투약하면 생명을 앗아갈 수 있거나 투여시 자가호흡이 정지된다.

게다가 의사들은 투약방법이 달라 혼합해 사용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약물들이라며 입을 모았다.

또 약물을 투여한 뒤 성관계를 가진 점이나, 수술용 마취제로 쓰이는 위험약물을 대량 투여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이 씨가 잠이 잘 오지 않고 피곤하다고 해 투약했다"는 김 씨의 진술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 우발적인 범행일 가능성도 커

하지만 김 씨에게 살해 의도가 있었다면 이 씨를 굳이 자신의 병원으로 불러 약물을 투여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김 씨가 이 씨의 시신을 태운 차량이 발견되기 쉬운 한강 잠원지구 수영장 주차장에 유기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병원 CCTV에는 김 씨가 숨진 이 씨를 아내로 위장해 휠체어에 태우고 나오는 장면 등 범죄사실도 모두 남아있다.

경찰 역시 치정이나 채무관계 등으로 김 씨와 이 씨 사이에 갈등이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 "통신기록과 이메일을 모두 조사했지만 관련된 사실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4일 경찰이 김 씨의 살해의도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해 조사했지만 '판단불능'으로 결론이 나면서 사건의 배경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숨진 이 씨의 혈액 등에서 약물성분과 농도를 분석하고 있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는 김 씨의 범죄행동을 프로파일링 중이다.

남은 수사결과와 검찰 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이 어떻게 결론지어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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