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 수면유도제 맞고 숨졌다더니..술 취해 "영양제 맞을래" 문자까지
지난 달 30일 밤 수면유도제를 맞은 이 모(30)씨가 약물 투약 2시간여 뒤 숨졌다는 의사의 진술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3일 경찰조사에서 산부인과 의사 김 모(45)씨는 수면유도제를 맞은 이 씨가 15분 뒤 깨어났고, 사망시점까지 둘이 함께 있었으며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지난 2일 "이 씨에게 수면유도제를 투약하고 2시간 뒤에 돌아왔더니 이 씨가 숨져있었다"는 진술을 하루도 채 안 돼 뒤엎은 것이다. 또, 김 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30일 밤 술에 취해 이 씨에게 먼저 "영양제를 맞겠냐"는 문자를 보냈다고 자백했다. 김 씨는 지난 경찰조사에서 이 씨를 3~4개월마다 한 번씩 만나 영양제를 놔줬고 그 때마다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진술한 바 있다.
김 씨는 이 씨가 숨지자, 자신과 이 씨의 휴대전화를 뒤져 서로 주고 받은 메시지를 모두 지우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 아내까지 끌어들여 시신유기
산부인과 의사 김 씨의 아내인 A(40)가 남편이 시신을 유기한 것을 알고도 묵인했던 사실 역시 드러났다.
A씨는 지난 달 31일 새벽 5시쯤 남편 김 씨가 이 씨의 시신을 한강공원 주차장에 유기하고 나오자, 자신의 차량에 태우고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이날 새벽 4시쯤 얼굴이 하얗게 질린채 귀가한 남편이 "실수로 환자를 죽였다"면서 "시신은 자신의 차에 있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남편을 진정시킨 뒤 각자의 차를 몰고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한 남편 김 씨는 시신을 숨진 이 씨의 차량에 옮겨 실은 뒤 사체를 유기하기 위해 한강으로 출발했고 A씨는 자신의 차를 몰고 남편의 뒤를 쫓았다.
A씨는 시신을 유기하고 나오는 남편을 태우고 돌아왔고 "시신은 보지 못했고 숨진 여성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숨졌고, 부검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수면유도제를 맞고 깨어난 이씨가 왜 숨졌는지, 업무상 과실치사보다 사체유기죄가 훨씬 중한데도 아내까지 끌어들여 시신을 유기한 이유 등 석연치 않은 의문들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남편의 사체 유기를 방조한 혐의로 A씨를 입건해 조사하는 한편, 의사 김 씨가 이 씨를 살해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집중 추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