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에서 가장 시끌벅쩍한 종목은 바로 펜싱이다. 도무지 흐르지 않는 1초 때문에 억울한 패배를 당한 신아람을 시작으로, 넘어지면서도 찌르는 '괴짜' 펜싱으로 동메달을 딴 최병철, 시원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지연, 값진 동메달을 수확한 정진선과 여자 플뢰레 단체전까지. TV를 보면서 기쁨과 아쉬움의 탄성을 지르던 아내는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어김 없이 입을 열었다.
"도대체 플뢰레와 에페, 사브르의 차이는 뭐야?"
정말 어렵다. 가뜩이나 설명하기 어려운 펜싱인데 용어들이 영어도 아닌 불어다. 아따끄(공격), 빠라드 리뽀스뜨(막고 찌르기) 등 듣기만 해도 머리가 핑 돈다. 그냥 간단하게 "규칙이 달라"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결국 펜싱 담당에게 메시지를 날리고, 펜싱 규정집을 찾아본 뒤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자칫 말꼬리라도 잡기 시작하면 짜증나니까….
펜싱은 검의 종류에 따라 플뢰레와 에페, 사브르 세 종목으로 나뉜다. 플뢰레는 길이 110cm, 최대 무게 500g, 에페는 길이 110cm, 최대 무게 770g의 검을 사용한다. 사브르 검은 길이 105cm, 최대 무게 500g이다. 하지만 얼핏 보면 '거기서 거기'라 공격 부위와 득점 방법에 따라 종목이 다르다고 설명하는 편이 이해가 빠르다. 검의 모양만 뚫어지게 쳐다볼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플뢰레는 검 끝으로 상대 몸통을 찔러야만 점수가 올라간다. 또 심판의 시작 선언 후 먼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 선수에게 공격권이 주어진다. 자세에 의해 공격과 방어가 바뀌기에 상황에 따라 공격권을 가진 선수는 계속 바뀐다. 공격권이 있는 선수는 찌르기가 성공하면 점수를 얻고, 방어를 하는 선수는 공격권이 있는 선수의 칼을 막은 뒤 공격을 할 수 있다.
에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부분을 찔러도 점수로 인정된다. 정진선도 동메달결정전에서 상대 발끝을 '톡' 찌르고 이겼다. 대신 플뢰레와 달리 공격권과 방어권이 없어 누가 먼저 찔렀느냐에 따라 점수가 갈린다. 1/25초 이내에서 동시에 찔렀다고 판단되면 둘 모두 점수가 올라간다.
사브르는 플뢰레, 에페와 많이 다르다. 검의 끝 뿐 아니라 칼날, 칼등을 모두 사용한다. 한 마디로 찌르기, 자르기, 베기가 모두 가능하다. 점수로 인정되는 신체 부위는 상체와 머리이고, 사브르 역시 플뢰레처럼 공격권과 방어권이 있다.
| Tip)우선권(프리오리테)은 무엇일까? |
| 우선권은 말 그대로 승리에 우선권이 주어진다는 의미다. 연장전은 포인트가 나올 경우 경기가 그대로 끝나지만 1분 동안 득점이 없으면 이 우선권을 가진 선수가 승리하게 된다. 우선권은 말 그대로 '운'에 달렸다. 앞선 3라운드 내용과 상관 없이 전자기기를 작동시켜 한 선수에게 우선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이데만(독일)과 에페 준결승에서 5-5로 3라운드를 마친 신아람도 우선권을 얻었다. 1분을 버티기만 해도 승리하는 상황이었지만 하이데만의 공격을 막고, 또 막아도 마지막 1초는 흐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