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진석 엄마는 아이를 갖기 전 태몽을 꿨다. 까만 나비가 반쪽이 없는 상태로 날아가는 꿈. 그렇게 낳은 진석이에게는 발달장애와 자폐가 있었다. 엄마는 까만 나비처럼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다.
#3. 성빈 엄마는 아이가 자폐 판정을 받던 날 치미는 울화를 참을 수 없어 집안 살림살이를 모두 치워 버렸다. 이를 알리고 싶지 않아 자주 어울리던 친구들과도 담을 쌓고 5년여를 보냈다. '엄마가 잘못해 장애아를 낳은 거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에 시달리기도 했다.
고대하던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부모는 어떤 심정일까. 우리나라처럼 장애에 대한 편견과 무지, 무시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아이를 키우는 일의 대부분이 엄마 몫인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느 날 느닷없이 '장애아 엄마'란 이름표를 단 그녀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새 책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지금껏 주목 받지 못한 장애 자녀를 둔 엄마들의 가슴 뜨거운 삶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지체장애를 가진 지은이는 장애를 가진 남편을 만나 마흔둘에 사내아이를 낳았다.
엄마가 되니 자신처럼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삶이 궁금했다.
그래서 장애 자녀를 둔 12명의 엄마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이 책은 청각장애, 시각장애, 자폐, 발달장애, 다운증후군 등 장애 자녀를 키우면서 엄마들이 겪은 남모를 아픔과 고충, 기쁨과 성장을 솔직하고 생생하게 담았다.
인터뷰 동안 엄마들은 장애 판정을 받던 그날의 생생한 풍경에 울컥 하다가도 하트를 그려 보이는 아이들을 보며 금새 웃음짓는다.
그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은 장애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차츰 알게 된다.
아이가 가진 여러 특성 중 하나로 장애를 인정하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특별히 과보호하거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무신경할 필요 없이 아이가 가진 장애를 공감하고 이해하면 된다는 것을 말이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 중 장애가 있는 사람은 반드시 있으며, 내 아이에게 장애가 생긴 것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에게는 자식의 장애를 슬퍼하는 엄마가 아니라 앞으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함께 할 엄마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