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재벌개혁 외친 안철수, 최태원 회장 구명운동 논란

安, 9년 전 재벌 총수 구하기에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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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수년 전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았던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구명운동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의를 화두로 '재벌개혁'을 강조하는 등 사실상 대선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안 원장이 재벌 총수의 구명을 위해 힘쓴 이력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29일 복수의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 원장은 지난 2003년 4월 최 회장이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에 구속됐을 당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친분이 있는 기업인들과 함께 제출했다.

안 원장은 재벌 2·3세와 벤처 기업인들의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V-SOCIETY)' 회원의 일원으로 탄원서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브이소사이어티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던 최 회장이 구속되자 안 원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두달 뒤 '재판부에 드리는 글'이란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최 회장이 국가의 근간산업인 정보통신, 에너지 산업을 부흥시켜 왔다"며 "모든 책임을 지더라도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최 회장은 당시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같은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후 최 회장은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뒤 8·15 특별사면을 받았다. 최 회장의 사례는 재벌 총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의 전형적인 예로 꼽힌다.

이처럼 9년 전 재벌 총수의 구명운동을 벌였던 안 원장은 최근 출간한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는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안 원장은 해당 책 중 '삼성동물원과 LG동물원을 넘어'라는 장(章)에서 "기업주가 전횡을 일삼거나 주주일가의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면 그건 범죄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행위가 법률과 제도적으로는 처벌 대상이 되는데 지금까지 행정·사법부가 입법 취지대로 집행하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이런 것이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법치에 대한 불신과 우리 사회가 정말 불공평하다는 절망감을 낳았다"고 기술했다.

안 원장은 또 "경제범죄에 대해 사법적 단죄가 엄정하지 못하다"며 "머니게임과 화이트칼라 범죄 등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가벼운 형을 선고하고 쉽게 사면해주는 관행도 바뀌어야 정의가 선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정치권 밖의 인사로 취급돼 안 원장에 대한 검증이 미비했던 상황에서 이같은 과거 행적이 드러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검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 측은 최 회장 구명운동에 동참한 사실을 인정했다.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당시 브이소사이어티 모임의 일원으로 서명에 동참한 것은 맞지만 본인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아니다"며 "탄원서라기보다는 선처를 호소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안 원장이 선처를 호소했던 최태원 회장은 선물투자를 위해 계열사 자금을 전용하고,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 모두 63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1월 또 다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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