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 - 노란별수선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노란별수선'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노란별수선
제주는 장마가 완전히 물러가고 무더위의 연속입니다. 이렇게 더운 날이 계속 되면 꽃을 보는 일도 자연스럽게 한라산이나 그늘이 있는 숲을 찾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요즘 햇빛이 잘 드는 저지대 풀밭이나 숲가에 자라는 아주 귀한 꽃이 있습니다. 몇 년 전 발견된 노란별수선이라고 하는 꽃입니다. 노란별수선을 보려면 후덥지근한 날씨를 감수해야 될지도 모르지만 꽃을 보고 난 뒤의 즐거움은 그것을 제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노란별수선은 노란별수선과 식물로는 유일합니다. 전체적인 모습이 독특한데 잎은 사초과를 닮았고 뿌리는 알뿌리로 수선화과 식물과 비슷하며 꽃은 영락없는 백합과입니다. 인도, 중국, 일본에도 자생하고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와 진도 등 남해안 섬 일부 지역에 분포합니다. 햇빛이 잘 드는 풀밭에 자란다도 되어 있지만 햇빛이 드는 나무 그늘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잎은 가늘며 길이는 10~25cm 정도 되는데 전체적으로 긴 털이 많습니다. 꽃은 빠르면 6월이면 볼 수 있고 꽃이 피는 기간이 길어 9월까지도 만날 수 있습니다. 잎겨드랑이에서 5~10cm 길이의 꽃자루가 나오고 그 끝에 1~2개의 꽃이 달려 있습니다. 꽃잎(화피편)은 6개로 노란색을 띠고 수술도 6개입니다. 열매는 검은색으로 익는데 꽃과 열매를 같이 볼 수 있습니다.  노란별수선은 지난 2007년 식물 애호가 김창욱 씨에 의해 70여 년 만에 발견되고 난대산림연구소 김찬수 박사팀에 의해 학계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35년 5월 제주도에서 채집한 표본 한 점이 일본 경도대학에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이 1985년 이우철 교수의 논문에 의해 알려졌습니다. 다시 이창복 교수는 이 논문을 인용하며 제주에 자생할 확률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노란별수선의 국내 자생지가 확인되지 않고 있었는데 제주도에 자생한다는 것을 재확인 한 것입니다. 최근에는 진도 등 남해안 섬 지역에도 자란다는 보고도 있어 노란별수선을 보러 제주까지 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노란별수선을 볼 때마다 이름이 참 예쁘고 특징에 맞게 잘 지어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사실 노란별수선이 제주에 자생한다는 기록은 있었지만 다시 발견되기 전까지는 한국의 이름이 없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 사람들은 이 식물에서 매화꽃을 연상했는지 작고 노란 매화꽃이라는 뜻의 소금매초(小金梅草)라 부르고 있습니다. 영명으로는 황금별꽃이라는 뜻으로 Golden Star Glass라 합니다. 학명은 Hypoxis aurea인데 종소명 aurea에는 '황금빛'이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꽃은 황금빛의 별 모양을 하고 있고 뿌리는 수선화과의 알뿌리 모양을 닮았다는 뜻으로 '노란별수선'이라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노란별수선이 70여년 동안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데는 이 식물이 가지고 있는 생태와 관련이 있을 듯합니다. 나무가 없는 풀밭에 자라는 식물이라고 해서 햇빛이 있어야 꽃이 필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꽃들은 햇빛이 좋은 날 꽃잎을 활짝 여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노란별수선은 맑은 날에는 아침에 피기 시작하여 오전 10시쯤이면 꽃잎을 닫아버려 꽃이 피는 시간이 짧은 편입니다. 오히려 흐린 날에는 오전 내내 꽃을 볼 수 있어 더 감상하기가 좋습니다.   또 일반적으로 꽃들은 비가 오는 날에는 꽃잎을 닫아 버리는 것이 보통인데 노란별수선은 비가 오는 날에도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비가 오기 전에 꽃잎을 열면 비가 내려도 닫지 않는 습성에 기인한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보통 꽃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더욱이 꽃잎이 닫히거나 꽃이 지고 나면 사초과 식물의 모습을 하고 있고 크기도 작아 뚜렷하게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이처럼 꽃이 피는 시간이 짧고 꽃이 진 후 주변의 식물과 구분이 잘 되지 않는 점이 발견되지 못했던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제주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식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남방계 식물이 북상하면서 새로운 식물이 많아진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노란별수선에서 보듯 아마추어 식물애호가들의 활동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1년에 발견된 고깔닭의장풀, 큰닭의장풀, 제주골무꽃, 흰꽃물고추나물, 영주풀 2010년의 탐라까치수염, 그리고 2007년의 노란별수선까지 최근 발표되는 식물 다수가 식물애호가들의 제보에 의한 것입니다. 과거 미 기록 식물이나 신종의 발견은 오로지 전문가 그룹의 몫이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카메라의 보급과 더불어 꽃을 찾아다니는 것을 취미로 하는 식물애호가들이 늘어나고 활동반경도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이들에 의해 새로운 식물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노란별수선의 꽃을 보기 위해 햇빛이 좋은 날을 골라 산행했지만 꽃 피는 시간을 맞추지 못해 그냥 돌아왔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나중에야 노란별수선이 오전에 잠시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고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노란별수선의 꽃말이 '햇빛을 찾는'이라고 합니다. 꽃말로 봐서는 영락없이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입니다. 그러나 노란별수선이 흐린 날에도 꽃을 피우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의 무지가 낳은 꽃말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보통 식물에 비해 독특한 노란별수선의 모습도 자연의 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자연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뽐낼 일은 아닐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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