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은 19일 오후 121년 역사를 지닌 서울 중구 정동의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피에타' 제작보고회에서 "소규모로 '아리랑'과 '아멘'을 찍기도 했지만 극영화를 찍은건 4년 만"이라며 "영화를 찍고 싶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찍지 못했고, 어쨌든 영화를 찍는다는 게 행복한 일이구나란 것을 많이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제작보고회를 이렇게 성대하게 한 적은 처음"이라며 연신 감사의 말을 건넸다.
그의 18번째 작품 피에타는 악마 같은 남자 강도(이정진) 앞에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찾아와 이들 두 남녀가 겪게 되는 혼란과 잔인한 비밀을 그린 작품.
영화 제목인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란 뜻으로 성모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비탄에 잠겨 있는 모습을 묘사한 미술 양식을 통칭한다. 김 감독은 "무게가 있는 만만찮은 제목"이라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신 앞에서 자비를 기다리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고 의미를 밝혔다.
오랜 만에 선보이는 김기덕 작품을 함께 한 배우는 조민수와 이정진. 두 배우 모두 김 감독과의 작업은 처음이다. 이정진은 "실제로 본 적은 없었지만 소문을 통해 들은 감독님에 대한 느낌이 있었는데 막상 촬영하면서는 너무 편안하게 촬영했던 것같다"며 "영화는 파격적인데 분위기는 조용하고, 편안하게 흘러갔다"고 밝혔다.
조민수는 "쉬운 분은 아니지만 까다로운 분도 아니더라"며 "다른 작품에 참여할 때는 돈을 얻어왔는데 이번에는 많은 열정을 얻어왔다고 말하곤 한다. 연기 생활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적재적소에 주신 것같다"고 고마워했다.
하지만 처음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 망설임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조민수는 "감독님 작품을 보면서 참 많이 불편했다. 그래서 작품을 떠나 만나보고 싶었다"며 "선입견하고 틀리게 느낌이 너무 좋았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김 감독은 "조민수는 오래된 팬이다.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배우란 것을 느끼고 있었다"며 "작업하면서 굉장히 놀랐다.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현장에서 토해내는 모습을 보고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 "이정진 씨는 백지 같은 배우"라며 "겉으로 강하지만 안으로 유아적인 모습, 바로 그것이 남자 주인공과 같았다"고 캐스팅 배경을 밝혔다.
김기덕 감독은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을 정도로 해외에서도 소위 '잘 나가는' 감독이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도 한국 취재진뿐만 아니라 해외 취재진이 대거 자리하기도 했다.
이에 감 감독은 "제가 만든 영화들이 해외에서 흥행이 더 잘됐다. 무엇보다 외국에서는 예술영화가 아니라 상업영화로 개봉되고, 프랑스 거리에 나가면 사인 요청을 받기도 한다"며 "국내 역시 극장에서 많이 보진 않지만 불법다운로드 등을 통해 많이 본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50만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기덕 작품은 나올 때마다 매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언론과의 접촉을 최소화함에 따라 불필요한 오해를 낳기도 한다.
김 감독은 "이번에도 논란의 소지는 있는 것같다. 영화를 보고 판단해야 될 것같다"며 "감독은 영화로 말해야 된다는 것과 감독은 자기 생각을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제 나름의 규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전에는 고집스러운 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물론 언제 변덕을 부려서 숨을지는 모르겠다"고 달라진 모습을 드러냈다. 8월 말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