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생각'에 숨은 정치적 셈법은?

절묘한 타이밍에 책 출간, 지지율 회복… 정치권, 본격 대선행보로 인식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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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새 책을 발표하면서 정치권이 또 한번 요동치고 있다. 단정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사실상 대선 출마 예고로 읽히면서 여야 주자들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안 원장의 책은 정치적으로 기묘한 타이밍에 나왔다. 안 원장의 지지율이 최근 한 달 동안 소폭 떨어진 상황에서 다시 뉴스의 중심에 서면서 지지율을 회복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전문가들도 안 원장의 신간이 지지율 상승과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안 원장의 신간이 편집과 디자인, 인쇄, 제본 작업 등을 4일 만에 초고속으로 완료해 출간됐다"며 "출간 소식으로 지지율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안 원장은 지난 주 다자구도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게 역전됐다가 이번 주 회복세를 보이던 차였다"고 설명했다.

"잊혀질만 하면 나온다"던 안철수 타이밍은 이번에도 정확하게 들어맞은 셈이다.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단정짓지 않고 "이 책을 시작으로 제 생각을 알리겠다"고 말한 것에도 정치적 의도가 녹아있다.

출마의 명분을 더 쌓음과 동시에 시간을 벌면서 본격적인 검증 공세는 피해가겠다는 수로 읽힌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최근에 안 원장의 지지율이 빠지고 있고, 8,9월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 들어가면 존재감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마지막 디딤돌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야권에서는 안 교수의 책 출간이 반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룰이 확정돼 본격적으로 레이스가 시작된 상황에서 안 원장에게 여론의 관심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잔치집에 재 뿌리는 격"이라는 말도 나온다.

특히 안 원장은 책 출판을 계기로 '북 콘서트' 등을 통해 대중들과 만나는 소통의 기회를 늘릴 것으로 보여 경선을 준비하는 예비 주자들의 신경은 날카롭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책 출판의 타이밍이 절묘한 것 같다"며 "민주당 주자들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고, 떠야하는 시기에 안 원장이 이슈를 선점하게 되면 민주당으로서는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민주당 경선 구도에 함께 뛰어든 것 아니겠느냐"며 "대중의 머릿속에 지워지는 것을 막으면서도 검증을 피해가는 것을 보면 정치인보다 더 정치인 같다"고 평했다.

당내 지지율 1위인 문재인 고문보다, 경선 흥행을 통한 역전을 꿈꾸는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등 비문 진영에서는 더욱 악재가 될 수 있다.

새 책 출간으로 시들했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또다시 시간을 번 안 원장에 대해 민주당 주자들의 견제가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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