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으로는 얼굴이 부어오르며 썩어 들어가 입술과 뺨이 있던 자리에 구멍이 뚫린다.
기아의 참혹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노마다.
5초마다 한 명씩 열 살 미만의 어린이들이 기아로 목숨을 잃는다.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이 지구에 사는 인구의 두 배인 120억 명을 충분히 먹일 수 있는 양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전 세계 먹거리 가운데 적어도 3분의 1이 수확 가공 유통 과정에서 버려진다고 한다.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냉장고에 방치되던 식품들도 같은 신세다.
그렇게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의 절반가량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인간은 누구나 굶주리지 않을 권리, 즉 식량권을 갖는다.
신간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는 식량권을 부정하는 기구들을 고발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세계무역기구(WTO) 말이다.
이들 기구의 공통점은 자유무역과 시장의 법칙을 신봉한다는 것이다.
8년간 유엔 최초의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한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시장의 법칙은 오로지 지불 능력이 뒷받침되는 요구만 충족시켜준다.
이 법칙은 식량이 인간의 권리,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부여된 기본권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일부러 모른 척할 것을 강요한다.'
바로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거대 다국적기업과 식량을 투기 대상으로 삼는 식량 투기꾼들이다.
바이오연료 50ℓ를 짜내려면 옥수수 358㎏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 한 명을 1년 내내 배불리 먹일 수 있는 양이다.
식량 투기꾼들도 2008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식량 가격의 폭등을 조장했다.
이로 인해 수많은 나라에서 기아가 발생해 폭동 등 사회 불안 현상이 벌어졌다.
새 책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 역시 극단적인 상업화로 지금의 식량 생산 시스템이 얼마나 낭비에 집중되고 있는지를 꼬집는다.
'선진국 혹은 산업국가에서만 매년 2억 2200만 톤의 음식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있다.
유럽과 북미에 사는 사람들은 연평균 95~115㎏의 식량을 쓰레기로 버리는 반면, 10억 명의 사람들은 극단적인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가 이렇게 버려지는 식품의 값도 지불한다는 점이다.
기업, 상인 등이 미리 그런 비용까지 고려해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결국 돈만 있으면 모든 식품을 살 수 있는 지금의 시대가 풍요 속의 빈곤을 낳고 있는 셈이다.
두 책은 기아를 극복하는 공통적인 방법으로 시민 사회의 각성을 통한 연대와 행동을 꼽는다.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현재의 시장 경제 체제에 조그만 균열이 최대한 많이 생겨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아와 맞서 싸우는 전 세계의 비정부단체들이 그 선봉장이다.
여기에 소비자 개개인의 결단이 더해진다면 그 힘은 배가된다.
그 결단은 '계획적으로 구입한다' '유통기한을 체크한다' '적절한 양만 구입한다' '비축한 양은 잘 보관한다' '나머지는 활용한다'로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