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파업은 MBC 역사상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MBC는 MB정부 들어 총 5번의 파업을 벌였지만 170 여일간 지속된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징계와 대체인력 채용으로 업무 복귀 후에도 파업 비참여 인력과 파업 참여 노조원간 갈등이 예상되는 등 곳곳에 균열이 일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징계 시사교양PD들, 시용기자 채용 보도국 갈등 예상
복귀 후 가장 갈등이 예상되는 부서는 시사교양국과 보도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교양국의 경우 파업 중 조직개편으로 편성제작국 산하 시사제작국으로 통합된데다 시사교양국 내 조합원 56명 중 해고 1명, 정직 4명, 대기발령 13명 등 총원의 32%가 징계를 받아 사실상 제작인력이 전무한 상태다. 이미 ‘불만제로’, ‘MBC스페셜’ 등 일부 프로그램은 외주 제작사로 제작을 넘겼으며 간판 프로그램인 ‘PD수첩’의 경우, 소속 PD 10명 중 1명은 정직, 5명은 대기발령 상태라 고사 직전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기자, 시용기자 채용 등으로 갈등을 빚은 보도국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측은 런던올림픽 등, 국제적인 행사를 앞두고 대규모 대체 인력을 뽑고 파업에 참여한 인력들이 복귀 후에도 파업 기간 중 뽑은 대체 인력들을 그대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기자회가 대체 인력들과 협업 거부 움직임을 보이면서 복귀 후 이들의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비교적 복귀가 순탄하게 이뤄지는 예능국의 경우 실추된 경쟁력을 되살리는 게 최대 관건이다.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24주간 장기결방했고 ‘우리들의 일밤’의 경우 동시간대 지상파 3사 예능 프로그램 중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놀러와’, ‘우리 결혼했어요’ 등 장수 프로그램과 외주제작사가 제작을 맡고 있는 ‘주얼리 하우스’ 등의 프로그램도 파업여파로 프로그램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업무 복귀 후 일선PD들의 과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PD는 “파업 종료 후 인사 이동 등으로 인해 정상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며 “방송 재개는 최대한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복귀 후 보복성 징계 막을 방도 없어
더 큰 문제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업무에 복귀한 후 예상되는 보복성 징계를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사측은 지난 2010년 6월, 노조 파업 중단 후 41명을 무더기로 징계한 바 있다. 이날 조합원 총회가 예상보다 길어진 것도 복귀 후 대체 인력과의 갈등, 보복성 징계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오갔다는 게 조합원들의 전언이다.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은 “추가적인 징계 등 회사가 가진 권한을 통해 탄압한다면 막을 방도가 없다”라고 솔직하게 시인했다. 정 위원장은 “만약 그럴 경우 구성원들은 탄압을 몸으로 받아내겠다”라고 답했다.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던 파업이 성과없이 끝났다는 자괴감도 존재한다. 정영하 위원장은 “8월, 새 방문진 이사진이 꾸려지면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게 될 것”이라며 “만약 방문진에서 김재철 사장을 해임시키지 않는다면 재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미 6개월이 넘는 파업으로 지칠대로 지친 조합원들이 파업에 다시 돌입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방송가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