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홍모(67)씨가 중국동포 아내 이모(59)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 바로 20분 전인 저녁 6시 54분쯤 112신고 전화를 걸어 "이리와달라, 아저씨랑 싸워서 옷이 다 뜯겨졌다"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 전화를 받고 경찰 2명이 5분만에 강동구 성내동의 한 가정집에 도착했다. 집 앞에 나와있던 이씨는 상담을 요청했고 경찰은 인근 성내 지구대로 안내했다.
저녁 7시 10분쯤 도착한 이씨는 남편과의 문제에 대해 상담을 했고 경찰은 고소절차 등 대응방법을 설명했다.
이후 8시쯤 이씨는 "생각해 보겠다"며 "집에 가겠다"고 말했고 경찰은 남편이 집에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집에 데려다줬다.
하지만 이때 남편 홍씨는 아내가 순찰차를 타고 떠나자마자 지구대에 찾아와 아내의 행방을 물었다. "여자 한 명이 왔다갔냐"는 홍씨의 질문에 경찰은 "돌아갔다"는 답변만 했고 홍씨는 바로 집으로 귀가했다.
홍씨가 집에 돌아간 지 20분 만에 이씨는 흉기로 여러 차례 찔린 채 일반전화 신고를 받은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홍씨 집으로 출동해 방범창을 뜯고 홍씨를 진압한 뒤 이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졌다.
이와 관련 도움을 요청한 이씨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바람에 피살된 것 아니냐며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안이한 대응과 경각심 부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신고 전화를 한 뒤 지구대에 와서 남편에게 폭력을 당했다고 말하지 않고 상담만 요청했다"며 "배우자를 격리할 만한 긴박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남편에게 아내의 행방을 알려준 것이냐는 질문에는 "남편인지 몰랐으며 집으로 갔다는 등의 구체적인 사항은 말해주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오해가 있었지만, 무고한 국민이 생명을 잃은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