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어도 굶는다" 부산시, 아동급식 전자카드 '무용지물'

저소득 가정 아동들에게 지급하는 전자급식카드 사용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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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이달부터 결식아동들에게 종이식권 대신 편의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급식카드 제도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아이들이 끼니를 거르는 등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 전자카드 도입 뒤 끼니 거르기 일쑤

몸이 불편한 할머니, 2살 위 오빠와 셋이서 부산진구 범천동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 A(9)양은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과 공휴일, 방학이 돌아오는 게 두렵기만 하다.

지난 2일부터 부산시에서 받은 1끼에 3천 9백원 짜리 식사를 할 수 있는 전자급식카드로는 동네 어디에서도 식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A 양의 집 근처에는 전자급식카드로 결제 할 수 있는 식당이나 편의점이 단 한 곳도 없다.

집 바로 앞에 편의점이 있긴 하지만, 부산시가 제휴를 맺은 편의점은 GS와 훼미리마트 단 2곳이기 때문에, 해당 가맹점이 아닌 편의점에서는 급식카드를 쓸 수 없다.

초등학생 A양은 식사 때마다 가맹 편의점까지 30분 이상 걸어 나가야 겨우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 식당, 카드 수수료 부담스러워 급식 제공 포기

부산시의 전자급식카드 제도 도입 이후 일선 기초단체 담당자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기존의 종이식권 제도에서 카드로 전환되면서 카드 수수료를 부담스러워 하는 식당들이 급식 제공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진구 한 담당자는 "식당들이 급식제공을 그만두겠다고 나서서 겨우 관내 편의점을 설득해 시에 가맹점 등록을 하려했지만, GS와 훼미리마트 두 업체로 제한돼 있어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지정 편의점 이 외 다른 편의점은 이용 품목을 제한 할 수 있는 결제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지 않아 가맹 편의점으로 등록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부산시 아동청소년담당관실 관계자는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라면과 고열량 과자, 심지어 담배와 술 등 유해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 편의점 업주의 양심만을 믿고 가맹점을 등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욱이 가맹점의 최종 결정 권한은 원칙상 시가 아닌 16개 구.군에 꾸려진 <아동급식위원회>에 있다며 책임을 기초단체에 전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초단체는 상부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무리하게 가맹점을 등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얼마남지 않은 초.중.고 방학이 시작되면 기존 5천여 명의 전자카드 이용 아동들이 2만여 명까지 늘어나게 돼, 저소득 아동 급식 제공 방식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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