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판' 뿐인 강남역 일대, 올 장마철 또 잠기나?

대심도터널 대하는 서울시와 자치구 시각차…시민들 "누굴 믿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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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말 서울에 내린 기습폭우로 도심 기능이 마비됐던 대표적인 지역은 ‘광화문’과 ‘강남역’ 일대다. 각각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출퇴근 시민들의 발이 묶였었다.

올 여름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시민들의 ‘악몽’은 되살아나고 있지만, 임시방편 대책, 당국의 엇갈리기 행정이 겹치면서 시민들의 불편은 또 다시 재현될 전망이다.

◈ 대심도터널 '신월동만' 발표 후…임시대책 난무

서울시는 당초 광화문, 신월동, 도림천 등 7개 지역에 대심도터널(빗물저류배수시설)을 만들기로 했었지만 지난 5월 변경 방침을 발표했다.

양천 신월, 강서 화곡지역에 우선적으로 지하 40m에 지름 7.5m, 길이 3.38km 규모의 대심도터널을 설치하고, 광화문 지역은 타당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월동은 저지대로 침수 피해가 잦고 컸다. 광화문에도 필요하다고 하지만 1~2시간이면 빗물이 빠져나가 피해가 적다"고 설명한 바 있다.

대규모 토목 공사보다는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수해 방지에 주력하는 것이 낫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뜻도 반영됐다.

문제는 대심도터널에 소극적인 서울시와 설치를 기대하는 자치구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임시방편 대책'이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올해 맞이할 수재(水災)가 우려된다. 대표적으로 강남역 인근만 해도 '차수판' 외 올해 수해를 방지할 뚜렷한 대책은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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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철 상습 침수' 강남역…대책은?


기습 폭우로 인해 피해가 컸던 도심권인 '광화문'과 '강남역' 가운데 시 관계자들이 올해 침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은 곳은 '강남역'이다.

광화문은 10년 빈도로 시간당 75mm의 배수능력을 확보했다며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이 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남역의 경우 2001년, 2006년, 2010년, 2011년 등 2000년 들어 총 4번 잠긴 상습침수지역인데다, 역삼역 방향의 지대가 높고 강남역 인근은 낮은 지형적 결함도 존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화문 보다 강남이 문제"라며 강남은 반포차로로 나가는 관로가 워낙 작고 비가 많이 오면 구릉지이기 때문에 비가 모일 수밖에 없다"고 위험성을 인정했다.

이어 "1초당 257톤의 물이 밀려온다고 가정할 때 실제로 빠져나갈 수 있는 양은 210톤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해 심각한 수준임을 전했다.

◈ 서초구 "대심도터널 설치해달라"…올해는 '차수판'만

강남역 관할 서초구청은 2006년부터 시작한 '강남대로 하수관거 확충공사'를 지난 5월 마무리 했다. 서초펌프장까지 연결되는 1,300m길이 하수관거를 기존 높이 3m, 폭 7m에서 폭 10m로 늘렸다.

하지만 이는 10년 빈도로 내리는 빗물량에 맞게 설치된 터라 100년 빈도 비가 내리는 최근의 추세와는 동떨어진다.

서초구청은 또 강남역 일대 쌓인 토사 준설 작업을 마쳤고, 최근 2,300개소에 30억원을 들여 차수판도 설치했다.

인근에 들어설 기업 건물 부지 지하와 용허리공원 등에 1만 5천톤 규모의 빗물저류조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지만, 장마철에 이미 들어선 탓에 올해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현실이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올 때 용량이 차면 하수관 뚜껑이 열리는 등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작년에는 신분당선 공사장이 7만톤 빗물저류조 역할이라도 했지만 올해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반복적으로 서울시에 대심도터널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과 달리 박원순 시장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 역시 박 시장의 뜻에 따라 가급적 대심도터널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기조는 정해놨어도, 본격적인 장마철에 들어선 현재까지도 강남역 침수 예방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시는 강남역~반포터널 연결 관로 확충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인근 아파트 개발 문제로 공간 확보가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대신 대심도터널 설치, 교대역~한강을 터널로 연결 등 다른 5가지 방안을 검토한 뒤 조만간 전문가 자문을 거쳐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 관계자는 "대규모 토목공사보다는 분산형으로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해 대심도터널이 설치될 가능성은 낮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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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 "작년 수해 또 겪어야 하나" 한숨

이런 가운데 '차수판'과 '준설' 외 뚜렷한 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강남역 일대 시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강남역 인근 한 상인은 "작년에도 매장에 물이 들어차는 바람에 컴퓨터를 비롯한 기기들의 전원이 나가 영업을 하지 못했다"며 "올해도 같은 일이 생길까봐 엄청 걱정되고, 차수막을 해도 그렇게 안전하지 않을 것 같다"며 두려움을 표했다.

회사원 배모(28)씨도 "작년에 출근시간만 4시간 걸리는 것을 봤는데 올해도 물에 잠기면 어떡하나 걱정"이라며 "관계 당국이 뭔가 조치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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