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생소하지만 도토리묵밥은 계절에 따라 따뜻하거나 차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도토리묵밥은 밥 위에 1~2cm로 얇고 길게 채 썬 도토리묵과 신김치, 김과 오이 깨 등을 얹고 멸치육수를 말아 먹는 음식이다.
이 때 멸치육수는 멸치와 다시마 등을 넣어 우린 후 식초, 소금, 설탕 등을 넣어주면 새콤 달콤하면서 감칠맛을 더한다. 또한 계란을 이용해 황·백 지단을 얹으면 모양까지 화려해져 보는 순간 군침이 돈다.
특히 비가 오거나 추운 날에는 육수를 따듯하게 해서 먹고 요즘과 같이 더운 날에는 반대로 육수를 차게 식힌 뒤 얼음을 동동 띄워 먹으면 별미 중 별미다.
도토리묵은 무공해식품으로 타닌 성분이 많아 소화가 잘 되는 음식 중 하나다. 『동의보감』에는 늘 배가 부글거리고 끓는 사람, 불규칙적으로 또는 식사가 끝나자마자 대변을 보는 사람, 소변을 자주 보는 사람, 몸이 자주 붓는 사람은 도토리묵을 먹으면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도토리묵을 먹으면 심한 설사도 멈춘다고 하였는데 이 또한 타닌 성분 때문이다.
이 외 도토리 속에 들어 있는 아콘산은 중금속 해독에 좋고 도토리묵은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성인병 예방과 피로회복 및 숙취회복 등에 도움을 준다.
특히 도토리묵은 수분함량이 많아 포만감을 주는 반면 칼로리는 낮고 타닌 성분이 지방흡수를 억제해줘 다이어트식품으로도 좋다.
도토리는 선사시대의 유적지로 알려진 서울 강동구 암사동,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 황해도 봉산군 지탑리 등지에서 야생도토리가 발견돼 선사시대부터 식용으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고려사≫에는 충선왕이 흉년이 들자 백성을 생각하여 반찬의 수를 줄이고 도토리를 맛보았다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시대 숙종임금은 심한 흉년이 들자 몸소 도토리 20말을 진휼(흉년)을 당한 백성에게 보내면서 흉년에는 도토리만한 것이 없다고 하였다.
또한 조선 후기에 쓰인 ≪산림경제≫·≪목민심서≫ 등에도 도토리가 한결같이 구황식품으로 소개된 것으로 보아 특히 조선시대 때 구황식으로 널리 쓰인 것으로 보인다. 도토리는 묵 외에도 다양하게 요리해 먹었다. 시골에서는 도토리가루를 멥쌀가루, 느티나무 잎과 섞어서 떡으로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또한 곡식가루와 섞어 죽이나 밥이 되고 누룩과 섞어 막걸리로 마시기도 했다.
이처럼 도토리는 예부터 구황식으로 널리 사용되었고 현대에는 간식이나 반찬, 술안주, 다이어트식 등으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고 있다. 현대에는 묵밥 외에 도토리묵을 먹기 좋게 알맞은 크기로 썬 후 간장양념을 얹어 먹거나 쑥갓, 상추, 오이, 파, 깻잎 등 갖은 채소와 함께 버무려 먹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도토리묵은 가을철 산에서 주운 도토리의 껍질을 까서 말린 후 절구로 빻거나 3~4일 정도 더운 물에 담가 떫은맛을 우려낸다. 이 때 물을 자주 갈아주는 것이 좋다. 그 다음 곱게 갈아 고운 체에 받쳐 앙금을 가라앉혀 도토리녹말을 만든다.
솥에 도토리 녹말과 물을 붓고 주걱으로 저어가며 끓인다. 소금과 식용유를 넣어 고루 저으면 도토리 묵이 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그 다음 다시 한번 끓여 뜸을 들인 후적당한 용기에 쏟아 식히면 도토리묵이 완성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