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우리교회의 이찬수 목사가 지난 1일 주일 설교 시간에 교인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단순하고 분명했다.
"650억 원을 들여 매입한 교육관 건물을 10년 뒤 매각해 전액 한국교회와 사회에 환원하겠다." "교회의 대형화를 사실상 포기하고, 교인 중 4분의 3을 훈련시켜 내보내 교인 수를 4분의 1 수준으로까지 줄이겠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주말, 주일을 거치면서 수 십 만 건까지 조회 수가 급증하는 등 뜨거웠고, 폭발적이었다.
SNS와 포털을 통해 쏟아진 반응은 다양했지만, 칭찬·격려가 주를 이뤘고, 걱정·우려를 넘어 비아냥도 없지 않았다.
칭찬 가운데서도 '10년 뒤 잘 됐는지 지켜보겠다'는 뼈 있는 반응이 대세를 이뤘다.
◈ 이 목사, '과장된 칭찬'이 힘들게 해
일부 대형교회들이 교회 건축이나 재정 비리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등 한국교회가 위기라고 보는 상황에서 나온 이 목사의 선언은 '가뭄 끝의 단비'였다.
하지만 보도가 나가자 이 목사는 당황하고 곤혹스러워 하는 빛이 역력했다.
트위터를 통해 계속해서 교회 안팎의 다양한 의견들에 대해 소통을 시도했다.
"자신의 설교는 한국교회를 향한 성명서 발표가 아니라 설교이자 개인의 신앙고백이었고, 교회 방향성에 대한 하나의 선언이었다"고 말해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는 겸손함이 묻어났다.
나아가 '교회가 합의한 프로젝트 발표'가 아니었으며, 이벤트화, 이슈화로 흐르는데 대해 극도로 당황해하며 "과장된 칭찬이 마음을 힘들게 한다"고도 했다.
이 목사는 "두려운 것은 한국교회를 위한다고 한 일이 오히려 한국교회에 누를 끼치게 될까 하는 마음"이라며 이번 일이 다른 교회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미 당겨진 화살'이라고 생각하는 듯 이 목사는 교회 내부에는 결연하게, 외부에는 간절하게 당부했다.
"할 수 있는 대로 침묵하면서 사단이 틈타지 못 하도록, 교회 해체 과정에 혼란이나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해 달라." (교회 내부에)
"10년을 내다보고 달려야 할 '긴 호흡'이 필요한 일에 이런 저런 평가를 유보하고 '조용히 지켜보고 기도해달라'고 했다." (교회 외부에)
◈ 이미 시동 걸린 교회 해체 시도
교회 해체 시도는 이 목사가 처음은 아니다.
온누리교회의 하용조 목사도 8년 전 "오래 다닌 사람부터 교회를 떠나야 한다. 세계로 다 흩어져야 한다"고 했지만, '미완'에 그쳤고, 최근 네 개로 분립한 높은뜻숭의교회가 완전한 해체를 이뤄냈다.
이 목사는 그동안 교회를 짓는 일은 결코 없다고 해서 2만 여 교인들이 분당 송림고등학교 강당과 체육관을 빌려 사용하는 불편함을 무릅쓰며 예배를 보고 있다.
지난해 650억 원에 사들인 교육관조차 넘쳐나는 교인들을 감당하지 못 했다. 남들에게 주는 기쁨과 평안이 목회자에게는 끝없는 근심으로 다가온다.
'자기부인'의 십자가를 진 이 목사가 고뇌 끝에 던진 '10년 계획'을 이뤄내는데 예상되는 도전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왜 10년인가라는 물음표와 그와 관련한 주변의 강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이 목사는 "10년을 기다렸다가 시행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제부터 10년을 목표로 완성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또 "이미 교역자 안에 팀이 만들어졌고, 기존 신자 등록을 받지 않을 것이며 분립 개척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높은뜻숭의교회의 김동호 목사는 물론 사전준비가 있었지만, 10년이 아니라 넉 달도 안 되는 시간에 교회를 완전 해체해 분립했다.
누리꾼들 반응의 상당수도 10년이라는 기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의견들이었다.
결과가 말해주겠지만, 10년이라는 기간은 결코 짧지 않는 시간이다.
이 목사 스스로 '사단이 틈타지 못 하도록 기도를 당부'한데서도 기간이 길어지는데서 오는 어려움을 역설적으로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 칭찬보다 조용한 관심속의 수많은 기도
이제 이 목사에게 필요한 건 그가 얘기한대로 조용한 관심과 나아가 수많은 기도일 것 같다.
높은뜻숭의교회의 분립과 이 목사의 선언으로 교회들이 분립의 길로 접어들었고, 앞으로 그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제2, 제3의 이 목사가 계속 나와 큰 교회의 자발적인 해체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
"대형교회라는 말이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운 이름이 될 희망의 불씨를 이찬수 목사에게서 보았다."
이 목사가 가장 존경한다는 멘토 옥한흠 목사의 아들 옥성호 씨의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