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폐지란 표현은 부적절
- 프랑스식 "국립대 연합체제 구축"
- 대선공약 확정 아닌 검토 중
<남익현 기획처장>
- 대학들의 자율성 침해
- 글로벌 경쟁력 약화 가능성
- 고등교육 발전에 유익한가 의문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 서울대학교 남익현 기획처장
민주통합당이 대선공약으로 '서울대와 지방 국립대학을 통폐합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대를 폐지하고 국공립 서울캠퍼스, 전남캠퍼스, 제주캠퍼스. 이렇게 만든다는 건데요. 사실 몇 년 전에도 이 이야기가 나와서 갑론을박 벌였던 적이 있죠. 민주통합당과 서울대 입장을 차례로 들어보죠. 먼저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입니다.
◆ 이용섭> 그런데 언론이 좀 앞서 갔는데 우리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고요. 우리 민주당의 입장부터 말씀드리면 '현재 우리는 폐지다. 이런 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는 '국립대 연합체제 구축' 이렇게 표현을 하는데요.
현재 우리 민주당 정책위 차원에서 교육전문가, 그리고 학부모, 지방국립대학, 서울대학, 사립대, 이런 각계의 의견을 듣는 단계고요.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에 국민 다수가 공감하고 백년대계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면 대선공약으로 제시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에서 제시된 의견도 당연히 반영을 하겠습니다만, 너무 섣부르게 재단하지 말고 기다려주시면 좋겠고요.
또 이 내용 역시 무슨 서울대 폐지 방안이다, 국립대 통폐합이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이건 마치 부정적인 내용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 그렇게 표현하는 것처럼 들리거든요. 이 내용은 뭐냐 하면, 현재 어려움에 처해 있는 지방국립대들을 서울대와 동일한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시켜서 우리 사회의 당면과제라고 할 수 있는 학벌 위주의 사회, 과도한 입시경쟁과 이로 인한 과다한 사교육비, 수도권 집중문제, 입시위주의 고교교육,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자는 겁니다.
◇ 김현정> 예를 들면 프랑스식 모델입니까? 프랑스 파리 1대학, 2대학, 3대학?
◆ 이용섭> 프랑스에서도 이렇게 하고 있고요. 또 하나 잘 하고 있는 나라가 캘리포니아주에요. 캘리포니아주는 우리나라 학생 숫자와 거의 버금갑니다. 그런데 거기는 세 단계의 연합체제를 갖추고 있어요. 유니버시티 오브 캘리포니아. 여기가 제일 상위연합체제인데요. 여기는 10개 캠퍼스, 그러니까 10개 대학이 그 연합체제 속에 들어가 있죠. 학생 수만 해도 20만 명이고요. 그런데 여기 10개 중에서 7개가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대학에 들어가 있습니다.
◇ 김현정> 상향평준화가 잘된 케이스도 있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이용섭> 그렇기 때문에 이게 되면 무슨 하향평준화가 되니 하는 얘기는 그냥 내용도 깊게 살펴보지 않으시면서 무조건 반대하려는 경향이 많은 거고요. 그래서 이게 경북대라든지 부산대라든지 전남대라든지, 이런 주요 국립대학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대학들을 서울대와 하나의 연합체제를 구축해서 우선 1단계로는 강의 개방을 합니다. 교수 교류도 하고 학점 교류도 하고 학생들이 아무 데나 가서 들을 수가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러면 이름은 어떻게 붙입니까?
◆ 이용섭> 지금 이름은 '국립대 연합체제 구축'이라고 하는데요. 이걸 이름을 어떻게 붙일 거냐. 그러니까 국립대학, 종국적으로는 서울캠퍼스 이렇게 할 수도 있고요.
◇ 김현정> 서울캠퍼스, 전남캠퍼스, 전북캠퍼스?
◆ 이용섭> 국립대학 1호 대학, 프랑스처럼 보면 1호대학, 이렇게 할 수도 있고요. 그건 작명을 잘하면 될 거고요. 이렇게 해서 지방국립대가 서울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주면 종국적으로는 학생도 공동으로 선발하고, 학위도 공동으로 수여하고, 경쟁력 있는 단일대학체제로 완성시켜가자는 것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제 잘 된 케이스, 상향평준화가 된 케이스도 있는 반면에 하향평준화가 된 케이스도 있다고 해요. 프랑스 같은 경우에 68년에 파리 1대학, 2대학, 3대학 만들었는데 더 타임즈가 올해 조사를 해 보니까 '세계 대학 랭킹 50위권 안에 단 한 개의 대학도 들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하향평준화가 된 케이스다' 이렇게 주장을 하던데요?
◆ 이용섭> 잘 되어가는 쪽으로 만들어야죠. 우리가 계도하면서 실패한 쪽. 그런데 프랑스도 우리가 실패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식으로 만들어야죠. 외국의 제도를 참조해서 우리의 정서, 우리의 문화, 우리의 역사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가야죠.
◇ 김현정> 어떤 분은 이런 걱정도 해요. '서울대가 차지했던 일류 자리를 그냥 다른 사립대가 차지하면서 대학서열화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서열화가 나오는 것일 거다. 서열화라는 게 서울대 하나 없애고 국공립대 통합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런 주장을 하시던데요?
◆ 이용섭> 이제 국립대학이 아주 싼, 그러니까 반값 등록금이 되고 여러 가지 지원이 되면 싼 등록금에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립대학에 우수한 인재들이 올 것이고요. 그렇게 되면 사립대학과 견주어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리라고 보는 거죠.
◇ 김현정> 긍정적인 방향으로 좀 고려해 달라, 이런 말씀이시군요. 아직 확정은 아니고요?
◆ 이용섭> 아직 확정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을 합니다. 공론화해서 이 시점에서 국민들이나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서 좋은 안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어서, 서울대 입장 들어보죠. 서울대학교 남익현 기획처장입니다.
◆ 남익현> 이번 계기로 서울대 역할에 대해서 저희도 한번 다시 검토하게 돼서 큰 의미가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이 지금 국내 지향적이라는 면에서 좀 아쉽고요. 좀 세계 지향성을 갖춰야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남익현> 지금 국내의 지방대학과 서울대의 연합 체제라고 하는데요. 본질적으로 대학의 역할은 인재를 양성해서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식으로 했을 때 '국가글로벌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인가. 그리고 장기적인 발전 방향으로 갈 것인가' 이런 데서 의문이 좀 들고요.
◇ 김현정>결국은 '대학의 질이 낮아질 것이다. 하향평준화 될 것이다'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 남익현>네, 저는 그걸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주변에서, 국민들로부터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상당히 발전을 했는데, 왜 서울대는 세계 최고의 대학이 되지 않는가?” 라고 질책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대가 이런 방향을 위해 노력을 해 나가는데요. 과연 지금 나온 안이 타당한 정책일까, 라고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하향평준화 되는 곳도 있겠지만 상향평준화 된 케이스로 캘리포니아 같은 곳도 있다. 우리도 그렇게 만들어서 지방대도 골고루 좋은 인재 양성할 수 있는, 이런 기반을 마련하면 좋지 않겠느냐" 이렇게 말씀하시는데요?
◆ 남익현> 저도 캘리포니아에서 공부를 했는데요. 제가 알기로는 UC의 대학들이 학생의 선발이라든가 운영에 있어서 굉장히 자율성을 가지고 상호 간에 엄청나게, 또 치열하게 경쟁을 하면서 그 대학들이 발전을 했습니다. 그래서 분야별로 분담을 한 것이 아니고요. 잘 아시는 UCLA나 UC버클리(UC berkeley)들은 상당 부분 동일한 학문 분야를 추구하면서 상호 간에 엄청난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고요.
대학 경쟁력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국공립대, 사립대를 불문하고 많은 훌륭한 대학이 나와야 된다는 것은 절대명제입니다. 그것은 국가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고요. 그런 부분이 선의의 경쟁에 의해서 훌륭한 대학들이 다수 나와야 된다. 저도 기본적으로 그렇게 보고요. 또 그런 방향에서 지방 국립대가 발전을 해서 서울대와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것은 대찬성입니다.
다만, 서울대가 자율적으로 발전전략을 구사하는데 서울대 역할에 대해서 인위적인 정책 관여라든가 이런 부분은 적절치 않지 않은가. 서울대도 잘 되게 하고 지방 국립대도 잘되게 하고 사립대도 잘 되게 하면서, 그럼으로써 보다 나은 교육 경쟁력이 생기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 김현정>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해 달라. 이걸 인위적으로 해라 말아라, 시점 정해 주고. 이렇게는 하지마라' 라는 말씀이시네요?
◆ 남익현> 네. 저는 그것이 오히려 국가경쟁력에 역행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우려가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런데 이게 '해라' 라고 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하잖아요? 특히 우리나라 일류대학들은 움직이기 어려운 것 아닙니까?
◆ 남익현> 저희가 최근 평가에서 동경대도 앞서고 노벨상 수상자도 영입하고, 또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을 하는데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저희가 본질적으로 잘못한 부분은 국민들로부터 질책을 받아야 되죠. 그렇지만 어떤 구조적인 조정을 통해서 한다는 것은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에 역행하지 않을까, 이런 우려를 하는 거죠.
◇ 김현정> 자율성 부분을 말씀하고 계시는데, 또 이런 주장도 있습니다. '등록금 연합체를 만든 다음에 등록금을 지금보다 대폭 낮춰주고,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을 팍팍 해 준다면 좋은 학생들이 자동적으로 몰려올 거다. 그렇게 되면 서울대도 크고 지방대도 크고 같이 클 수 있는, 어떤 방안이 되지 않겠는가'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 남익현> 그 부분은 좀 논리적으로 맞지는 않는 것 같은데요. 등록금 인하 문제, 장학금 확충 문제는 국가의 재정지원과 관련된 문제고요. 국립대 연합체와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서울대도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한 올해, 등록금도 인하하고 장학금도 많이 확충을 했고요.
그래서 실제 그런 부분에 있어서 국립대, 지방대를 불문하고 국가가 재정지원을 해서 국립대의 경쟁력을 올린다, 이건 저도 대찬성이죠. 대찬성인데 그것이 국립대 연합체 문제와는 연관성이 좀 적은 것 같습니다. 재정지원과 관련된 문제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학교 반응은 교수님이나 학생들이나 다 반대쪽 분위기입니까?
◆ 남익현> 반대라기보다는 서울대를 위해서 유불리를 저희가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고요. 교육이라고 하는 것이 잘 아시겠습니다만, 백년지대계이고요. 국가발전에 얼마만큼 기여할 것인가 그 관점에서 봤을 때, 과연 우리나라 전체 고등교육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방안인가라는 것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하시는 거죠.
◇ 김현정> 만약 민주통합당이 실제로 이 안을 대선공약으로 확정을 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이세요?
◆ 남익현> 글쎄요. 저희는 지금 현재 입장에서는 이 사안에 대해서 직접 대응할 계획은 없고요. 다만,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고 또 국민에게 어떻게 보답할 것인가 이런 큰 차원에서 우리가 세계 최고의 대학이 돼서 국민들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할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 김현정> 청취자께서 질문을 주셨는데요. '참 우수한 인재들이 사교육 열기 속에서 엄청난 교육을 받고 서울대에 입학을 하는데 왜 서울대학교는 100대 대학에도 들지 못하고, 세계 최고의 대학이 되지 못하는가?' 뭐라고 답변하시겠습니까?
◆ 남익현> 아까 말씀드렸듯이 국민들께서 요구하는 것은 빨리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되라는 말씀이신데...
◇ 김현정> 꼭 1등 되라는 것은 아니고요. 지금보다는 더 잘해야 되지 않겠는가? 이런 질책 같아요.
◆ 남익현> 그 부분은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 말씀드리면, 작년에 글로벌 랭킹에서 42위를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많은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켜서 더 우수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노력을 해야된다는 질책은 달게 받겠습니다. 앞으로 더욱 노력을 하겠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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