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를 허가한 부산시교육청은 사전에 주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데다, 현장 방문도 없이 심의를 벌여 임대를 준 것으로 드러나 탁상행정의 전형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폐교 운동장에 말 배설물 악취 진동…주민들 집단 민원
13일 낮, 폐교된 부산 강서구 눌차동 눌차초등학교. 입구에 들어서자 말 배설물 냄새가 진동해 숨을 쉬기 힘들 정도다.
운동장에 있는 각종 기구가 녹슬어 스산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운동장에는 남자 성인의 서너 배만한 말 6마리가 멋대로 뛰어다니고 있다. 구석에는 말 배설물과 오물이 뒤섞여 방치돼 있고,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악취가 진동했다.
알고보니 말 관련 사업자 A(54) 씨가 두달 전, 부산시 교육청으로부터 지난해 폐교한 학교 부지를 임대해 승마교실을 포함한 청소년 수련원 사업을 시행하려다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그대로 말을 풀어둔 것이다.
주민들은 쉼터로 이용하던 폐교가 때 아닌 말 방목장으로 변한 것도 황당하지만, 악취 등 2차 피해로 잠을 못 이룰 정도라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30년 째 눌차동에 거주하고 있는 이 모(73) 할머니는 "우리 집은 학교에서 500m 이상 떨어져있지만, 바닷바람을 타고 들어온 말 배설물 냄새로 하루 종일 머리가 지끈거린다"며 "말 배설물이 장마철 인근 바다로 흘러 들어가게 되면 굴 양식에도 큰 피해를 줄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민 김 모(56)씨는 "행여나 말이 학교 울타리를 넘어가 도로에 뛰어들거나 인근 텃밭을 짓밟아 놓을까봐 걱정"이라면서 "주민들과 협의 없이 말 사육장이 들어서는 바람에 고요한 마을이 술렁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 현장확인 없이 '승마체험장' 사업승인
폐교가 '말 사육장'으로 전락한 것은 부산시 교육청이 폐교에 대한 임대 계약자 선정 당시 사업 계획을 면밀히 따져 보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시교육청은 폐교를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폐교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고, 이번 눌차초등학교 폐교 임대는 시행이후 두 번째로 일 년에 4천 5백만 원 이상의 임대료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폐교 임대 절차상 해당 교육청은 임차인의 사업계획이 적합한지 심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부산시 교육청은 단 한차례도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고, 인근 주택 밀집지 주민들과의 협의 과정도 생략한 채 승마체험장 운영사업을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교육청 담당자는 "폐교가 청소년 수련원 중심으로 운영되고 승마교실은 부대 프로그램으로 여겨 주민들의 민원이 폭주할지 몰랐다"면서 "임대 절차에 하자가 있었는지 면밀히 확인한 뒤 주민들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당초 교육청이 폐교 운동장을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약속했지만, 이렇다 할 협의도 없이 은근슬쩍 임대 사업을 벌였다고 반발하며 즉각 임대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정거마을 이철희 통장은 "초등학교 바로 옆에는 주택이 밀집해 있어 승마교실을 운영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일반적으로 타도시 교육청은 설명회를 열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임대 사업자를 선정하는데 이 과정을 생략한 교육청은 사실상 임대료 장사를 하려고 꼼수를 부린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눌차초등학교에 청소년 수련원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A씨는 "이번 문제는 교육청이 폐교운동장을 주민의 쉼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약속해놓고 임대사업을 진행해 발생했다"며 "이 사실을 모르고 들어와 주민들의 반발로 한 달 넘게 마사도 설치 못하고 있다. 그로인해 말이 운동장에 방치돼 모래를 먹고 죽는 등 임대료 손실을 포함해 수천만 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A씨는 지난 5월 국가지정 문화재구역인 낙동강하구 모래톱 진우도에 말 2마리를 무단으로 반입해 빈축을 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