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몸통도, 윗선도, 돈 출처도…그리고 의혹만 남았다(종합)

'불법사찰' 박영준 추가 기소로 수사 종결…이용훈 대법관·이건희 회장도 사찰당해

e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가 몸통과 윗선, 입막음용 돈의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13일 지난 3개월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 박영준, 이영호 등 추가 기소…새롭게 드러난 수사 결과는 없어

검찰은 우선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2건의 불법사찰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로 추가 기소했다.

박 전 차관은 2008년 10월 울산산업단지 조성 사업과 관련해 경쟁업체로부터 1억원을 받고 T개발에 대한 '청부사찰'을 지시했으며, 같은해 12월 민선단체장으로 공직감찰 대상이 아닌 경북 칠곡군수를 사찰토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구속 기소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 대해서도 2010년 3월 K건업의 청탁을 받고 부산상수도사업본부에 대해 'K건업의 경쟁업체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로 추가 기소했다.

불법사찰의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 등으로 먼저 구속기소된 이 전 비서관은 또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2000만 원뿐 아니라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진경락 전 과장 등에 대해 모두 1억3000만 원 상당을 건넨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입막음용' 대가로 보이는 부분이다.

이밖에 기존 불법사찰 의혹 외에 새로 드러난 결과는 없다.

앞서 검찰은 2010년 7월 1차 수사 당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파괴 혐의(증거인멸 교사 등)로 이 전 비서관,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구속 기소했다.

2009년 6월까지 8개월간 자행된 청와대 대상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업무상 횡령)와 관련해서도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을 기소했다. 이들 두 사람은 T개발 관련 사찰과 김종익씨 사찰에 가담한 혐의로도 각각 기소됐다.

이 전 비서관, 최 전 행정관, 진 전 과장 등 구속 기소자 3명과 박 전 차관, 이 전 지원관 등 불구속 기소자 2명까지 검찰이 이번에 재판에 넘긴 이는 모두 5명이다.

◈ 이건희 등 그룹 총수, 대법원장, 국회의원 등 전방위 사찰

검찰은 추가 사찰의 존재여부에 대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조사한 500건을 수사한 결과 497건은 동향보고 등 형사처벌이 어려운 사안이었다"고 밝혔다. 공무원 등에 대한 적법한 감찰활동이 199건, 단순한 일반 동향 파악 건이 111건, 사찰 대상자가 불분명한 경우가 85건, 구체사실이 확인됐으나 피해가 없었던 경우 105건으로 분류됐다.

사찰 관련 문건에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이석현, 백원우 등 여야 전현직 의원, 어청수 전 경찰청장(현 청와대 경호처장), 김성호 전 국정원장,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현 새누리당 국회의원), 한상률 전 국세청장 등 공직자와 정치권 인사들이 포함됐다.

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신격호 전 롯데그룹 회장,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사장, 방송인 김미화씨, 보선 스님 등 기업인과 종교인, 유명인사들도 대상이 됐다.

◈ 청와대 개입 의혹은 미궁 속으로…

이번 수사에서는 특히 청와대의 개입 의혹이 철저하게 '기각'됐다. 청와대를 비롯한 윗선이나 몸통의 존재는 여전히 미궁에 빠졌다.

검찰은 핵심 의혹 사안인 '청와대 비선'의 개입 여부에 대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업무 성격상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지휘를 받아야 하나, 비공식적 내용은 이영호 전 비서관 등이 민정수석실을 배제하고 보고를 받았다"고 일축했다.

2010년 증거인멸 과정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최종석 전 행정관은 장진수 전 주무관을 달래기 위해서 청와대 관계자를 언급해 추측으로 말했다고 진술했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증거인멸에 개입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 전 주무관에게 제공된 '관봉 5000만원'의 출처에 대해 검찰은 "전달자인 류충렬 전 공직복무관리관은 사망한 장인으로부터 받은 돈이라 진술하고 있고, 수사 결과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지급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이상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 다른 청와대 인사가 장 전 주무관 등에 제공한 금품에 대해 "증거인멸 범행이 완료된 뒤 사후 수습에 관여한 행위로 징계 대상은 되나, 형사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정리했다.

◈ 檢 "참여정부도 정치인, 민간인 사찰했다" 함께 발표…왜?

한편, 검찰은 이번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지난 2000년~2007년 사이 과거 정부 시절에도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이 지원관실과 유사하게 정치인과 순수 민간인 등에 대한 동향 및 비위를 파악해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보수단체 대표 등 4명이 고발한 사건에 대해 국무총리실에서 자료를 제출받아 확인했다"며 "현재는 문서들이 모두 파기돼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다. 불법인지 아닌지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결과 발표 보도자료에 과거 정부 내용을 포함한 것이 오해를 불러 올 수 있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 사건 처리할 때 이 사건도 같이 처리했다"고 답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