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당대회가 초반부터 대선 주자들의 대리전으로 비쳐진 만큼 각 후보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6월 중반 대선 출마를 앞두고 선언문을 가다듬고 있는 문재인 의원은 한 숨 돌렸다는 평가이다.
이-박 연대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문 의원은 선거 초반 이해찬 대세론이 꺾이면서 함께 위기를 맞았다.
김두관 경남지사, 손학규 전 대표 등 대권 주자들이 김한길 후보를 측면 지원하는 것으로 부각되자 '문재인 대 김두관, 손학규'의 대리전으로 비치기도 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이 대표가 승리하면서 문 의원도 김두관 지사의 돌풍을 어느 정도 차단하고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문 의원 측 관계자는 "그래도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며 "이번 선거가 다른 주자와의 대리전으로 비쳐졌던 만큼 이해찬 후보가 패했을 때 불어닥칠 비판에 대해 부담이 컸던 것이 사실"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문 의원에게 잘 된 것은 맞지만 많은 과제를 남긴 선거"라며 "이해찬 후보가 대표가 됐지만 다른 주자들의 불공정 시비는 계속될 것인 만큼 이에 흔들리지 않고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김한길 후보의 패배로 실망한 분위기가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이번 경선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적극 부각했을 뿐 아니라, 친노 주류 진영이 주도하는 대선주자 담합에 대한 의혹도 충분히 제기했기 때문이다.
김두관 지사측 핵심 관계자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번 선거에서 가장 행복했던 사람은 김두관"이라며 "전체적인 선거 과정에거 김두관은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고 평했다.
실제로 이번 선거를 통해 김 지사측이 전국에서 조직을 대거 모집하는 효과를 거두며 당내 유력 대선 주자로 발돋음하는 계기가 됐다. 결과를 떠나 이번 경선의 최대 수혜자는 김두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손학규 전 대표는 대선 주자로서 일정 부분 상처를 입게 됐다. 손 전 대표측이 지지하던 조정식 의원이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측 관계자는 "모바일 투표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조정식 후보 뿐 아니라 김한길 후보를 측면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손 전 대표는 이해찬 후보의 승리도 마냥 축하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항상 유동적인 정치의 특성상 손 전 대표는 이번 선거를 지지층 결집의 기회로 삼고 본선에서 반전을 꿈꾼다는 기획이다.
정세균 의원의 경우, 측면 지원했던 강기정 의원이 4위로 당내에 입성하면서 나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정 의원 개인적으로는 이-박 연대로 이어진 친노 주류세력의 독주에 경계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강기정 후보가 이해찬 후보와 초반에 러닝메이트를 한데다 범 친노진영에서 골고루 표를 나눠준 것으로 알려져 결과적으로 중립을 지키게 됐다.
정 의원측 관계자는 "이번 대표 경선에서 1,2등 후보에게 기대지 않고, 중립을 지킨 만큼 대선 행보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외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정동영 고문은 이종걸 의원의 깜짝 선전으로 체면을 살리게 됐다. 선거 초중반 7위로 뒤쳐지던 이 의원은 막판에 모바일 선거에서 몰표를 받으며, 우상호 의원을 제치고 5위에 등극했다.
당 관계자는 "이종걸 의원의 5위 입성은 당내에서도 예상 밖의 기록"이라며 "그만큼 정동영 조직이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편, 전 지도부이면서도 잠재적인 대선 주자로 꼽히는 박영선 의원, 김부겸 전 의원, 이인영 의원, 문성근 전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이해찬 후보가 이번에 대권 레이스의 역동성을 살리기 위해 당권 대권 1년 분리 조항을 고쳐 이들 젊은 주자들이 출마할 수 있는 길을 터주겠다고 공언한 만큼 실제로 당규 개정이 성사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