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레드 북'은 융이 자신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무의식을 탐구한 기록이다.
그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1913년은 6년간 이어온 프로이트와의 학문적 동지 관계를 끊은 때다.
유럽에서는 1차 세계대전을 예고하는 수많은 징후가 나타났다.
융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던 셈이다.
이 책에는 융의 환상이 만들어낸, 그의 영혼을 안내하는 엘리야가 등장한다.
엘리야는 차원 높은 통찰을 보여주는데, 융은 이를 인류가 공유하는 지식과 경험인 집단 무의식으로 해석한다.
집단 무의식이 개인의 무의식과 본능인 에고를 결정한다는 그의 이론이 이 책을 쓰면서 체계화된 것이다.
융의 세계관까지 엿볼 수 있는 이 책은 심리학을 넘어 철학서로도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