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날고 뛰어도 대기업 앞에선 방법 없어요"

무림페이퍼, 중소기업 적합업종인 감열지 인쇄시장 뛰어들어…'동반 성장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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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위원회가 인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한 가운데 한 제지 대기업이 인쇄 중소기업의 고유영역인 영수증 용지 인쇄 시장에 뛰어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 역행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자본과 유통망을 앞세워 들어오는 대기업에 중소기업은 백기"

인쇄 중소기업인 A사는 지난 5년 동안 홈플러스에서 사용하는 영수증 용지인 감열지를 가공해 공급해 왔다.

감열지는 열을 가한 부분만 검은색으로 변색되는 특수한 종이로, 감열식 프린터용지나 팩시밀리 기록지, 영수증 용지로 사용된다.

그동안 감열지 시장은 인쇄 중소기업들이 대형 제지회사로부터 감열지 원지를 공급받은 뒤 이를 가공하는 과정을 거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납품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제지업계 2위이자 대기업인 무림페이퍼가 감열지 인쇄 시장에 뛰어들었다. 직접 홈플러스와 계약을 체결한 뒤, 물량을 다시 중소기업에 하청을 준 것이다.

그동안 중소기업들이 직접 대형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었다면, 무림 측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중소기업은 하청으로 전락한 셈이 됐다.

무림 측에 밀린 A사는 결국 납품을 이번 달부터 중단했다.

A사 사장 김달구(가명) 씨는 "자본과 유통망을 앞세워 들어오는 대기업에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김 씨는 "납품해 오던 5년 동안도 원가 수준으로 감열지를 공급했는데 이번엔 무림페이퍼까지 경쟁 입찰에 참여하면서 가격을 20%까지 낮추라고 했다"면서 "도저히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쇄 중소기업들은 제지 대기업들이 원지값과 유통망을 토대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 씨는 "아무리 중소기업이 날고 뛰어도 대기업의 자본 앞에선 방법이 없다. 정부는 상생을 외치지만 현 상황은 반대"라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들의 인쇄 시장에 들어온 건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동반위, 대기업 확장자제 권고…대기업은 협업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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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무림페이퍼 측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무림페이퍼 관계자는 "홈플러스와 계약을 한 주체가 맞긴 하지만 인쇄 가공 등은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기 때문에 중소기업 시장을 침범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쟁업체인 한솔제지만 국내에서 감열지를 생산하는데 그 때문에 독과점 폐해가 있다는 고객들(유통업체 등)의 지적을 받아들였고, 이 때문에 감열지를 수입한 뒤 인쇄 중소기업과 협업해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인쇄 중소기업들은 무림페이퍼가 직접 인쇄 시장에 뛰어들어 놓고는 협업이라는 말로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타 인쇄물은 동반성장위원회가 1차로 선정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다. 특히 대기업에게 확장을 자제하고 OEM 발주를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때문에 인쇄 중소기업들은 무림페이퍼가 직접 유통업체와 계약을 한 뒤 인쇄 중소기업에게 하청을 준 것에 대해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도 "무림페이퍼가 직접 홈플러스와 계약해 하청을 준 것이 사실이라면 문제"라며 "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인쇄정보산업 협동조합 이사회는 지난 22일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이사회를 열고 대기업인 무림페이퍼 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전국의 인쇄 중소기업들은 항의 서한을 통해 "무림페이퍼의 직접 계약이 중소기업들이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하청업체가 되면 가격 결정권은 커녕 단가 후려치기로 중소 인쇄기업 대부분이 사장될 것이므로 상생을 위해 납품을 철회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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