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 B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장 씨는 A 은행과 대출이자를 상담한 결과 기존의 B은행 대출을 중도상환 수수료를 내고서라도 해지하고 A은행 대출로 갈아타는 것이 이익이라는 판단을 했다.
장 씨가 기존 B 은행을 찾아 상황을 설명하고 '금리 인하를 안 해주면 대출금 상환을 하겠다'고 하자, B 은행 관계자는 "A은행의 이자수준을 맞춰드리겠다. 신용 상태가 좋아져서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장 씨는 “대출받은 지 5년이 가까워지는데, 은행에서는 안내 한번 하지 않았다”며 “엄연히 받을 수 있는 혜택인데, 아무리 은행이라도 너무 돈을 밝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씨처럼 신용대출을 받은 후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거나, 승진해서 연봉이 오르는 등 소득이 늘어났다면 당장 은행으로 가봐야 한다. 금리인하 요구권이 있기 때문이다.
23일 시중은행 등에 따르면, 은행 대출 약관상 신용대출로 돈을 빌린 고객들이 오른 신용도만큼 금리를 낮출 수 있는 금리인하 요구권이 시행된 지 벌써 11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신용등급이 높고 안정적인 직장으로 이직했을 때, 연소득이 대출 당시보다 15% 이상 증가했을 때, 직장에서 승진했을 때, 변호사, 한의사 등 전문자격증을 따 관련업에 종사할 때, 은행거래실적 증대 등 신용상태가 좋아졌을 때 발동할 수 있다.
문제는 해당 조항의 약관에 대해 은행들이 쉬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 제도가 잘 활용되지 않는 것은 은행권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라면서 "금리인하 요구가 달가울 까닭이 없는 은행들이 무슨 이유로 이 제도 홍보에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은행들의 대출 관련 내용을 보면 일반적으로 은행 대출 담당 직원은 0.1%, 지점장은 0.2~0.3% 포인트의 금리인하 재량권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행들은 이같은 금리 인하 재량권을 마치 대출 고객에게 주는 선심이나 권능으로 종종 행사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최태선 재무컨설팅 전문가는 "금리인하 요구권은 신규 대출이나 재약정, 연기, 증액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야 요청할 수 있으며, 연 2회까지만 가능하다"면서 "재약정 때마다 이자를 깎는 방법을 문의해야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고객의 신상 변동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며 "직접 찾아오는 분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권성동 정책위 부의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금리인하요구권을 모르는 국민들이 70%가 넘는다는 조사가 있다"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마땅한 권리 보호를 위해 법적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