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은평구청 산하 공단도 친인척 채용…합격자는 미리 정해져

감사원 고발로 검찰 수사 착수...이미 채용된 사람은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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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청, 중랑구청에서의 구청 관계자 친인척 특혜 채용이 CBS의 연속보도로 속속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편법 채용은 구청 산하 공단에서도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CBS가 입수한 감사원 감사결과 보고서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의 채용 과정에서 ▲ 기습 공고 ▲ 백지 채점표 ▲ 들러리 세우기 등의 수법 등이 총동원된 것으로 나타나 재발 방지책 등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특혜 채용된 직원들은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제점이 드러났는데도 서울 금천구청(CBS노컷뉴스 5월 21일 ''친인척 특혜'로 채용된 공무원...2년만 버티면 못 자른다' 제하 보도)처럼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 인사비리 '백화점'으로 전락한 은평구 시설관리공단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청, 중랑구청뿐 아니라 은평구청 산하 시설관리공단에서도 벌어진 인사 전횡은 모든 수법이 모여 있는 그야말로 '백화점' 식이었다.

이들은 자격이 되지 않은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 기습 공고 ▲ 백지 채점표 ▲ 들러리 세우기 등의 수법 등을 총동원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은평구청 산하 시설관리공단은 지난 2009년 12월 노재동 전 은평구청장(당시 한나라당 소속) 시절 일반직 4급 등 50명을 최종 선발했지만 이 가운데 4명이 응시자격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채용해 문제가 불거졌다.

이 가운데 노재동 전 구청장 비서(별정 6급)였던 A씨와 전 은평구 자치행정과장의 딸인 B씨가 특히 문제가 됐다.

◈선풍기 날리기식 서류전형...‘넌 이미 합격해 있다’

비리는 서류전형에서부터 이뤄졌다. 일반적인 서류전형은 일단 응시자격에 미달되는 후보를 제외한 뒤 평가를 해야 하지만 이 전형은 합격자들이 미리 정해진 가운데 이뤄진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평가를 하지도 않고 문제의 4명이 포함된 97명의 서류를 임의로 추렸다. 이 상황에서 서류 합격자는 이미 결정된 것이다.


노재동 전 구청장 시절 은평구청에서 총무과장을 역임했던 관리공단 경영본부장이자 당시 심사위원 김 모(61)씨는 이런 상황을 주도했다.

김 씨는 구청 과장급 심사위원 2명에게 "A씨는 구청장 비서이기 때문에 참작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감사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김 씨는 또 심사위원들에게 개인별 성적을 기재해야하는 평정표는 모두 '공란'으로 비워놓고 서명을 하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공란으로 처리된 평정표에는 구청장 비서 A씨의 점수를 1등으로 기재하는 등 사후에 임의로 점수를 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지방공무원 일반직 7급 이상 공무원 5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하는 일반직 4급에 자격미달이 되고도 딱 1명을 뽑는 경쟁에서 승리했다. 38명의 경쟁자들은 사실상 들러리였다.

◈‘한 사람을 위한 경쟁채용시험’ 구청 과장 딸이 받은 ‘특혜’

전 은평구 자치행정과장 딸 B씨의 사례를 보면 어떻게든 B씨를 취직시켜주려고 '안간힘'마저 썼던 정황이 그대로 드러난다.

B씨는 A씨가 채용됐던 채용에서 69:1의 경쟁률을 뚫고 6급 일반직으로 같이 합격했으나 B씨의 경력이 도마에 올라 자진 사직했다.

일반 6급의 지원자격은 기업체에 3년 이상 경력 소지자였으며, B씨의 경우 4년 동안 한 기업 무역부 팀장으로 일했다고 이력서에 적었으나 이 기간이 대학교에 다닌 기간과 일치해 문제가 됐던 것.

하지만 그로부터 6개월 뒤 은평구 시설관리공단은 딱 2명을 뽑는 채용공고를 또 냈고, B씨는 24명을 제치고 자격 제한 조건이 없는 일반직 8급으로 최종합격했다.

2010년 6월 진행된 이 채용은 A씨의 경우보다 한 술 더 떴다. 경영본부장 김 씨의 주도로 시험 기일 20일 전에 일간지에 공지해야하는 공고기간을 단 3일동안 홈페이지 공고로 갈음했고 원서 접수도 딱 하루만 받았다.

이후 김 씨는 B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서류전형과 면접전형 모두 A씨의 사례처럼 '공란' 평정표를 받았다.

사실상 B씨 한 사람을 위한 시험을 열고 24명의 '빽 없는' 수험생들을 들러리 세운 것이다.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김창국 부장검사)는 이에 대해 감사원의 고발장을 접수 받아 지난 9일부터 시설관리공단 경영본부장 김 씨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김 씨와 함께 자격 미달이 됐음에도 합격한 A씨 등 4명과 관련자 8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완료하고 이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자들 여전히 현직 유지...법적으로 징계 근거 없어

하지만 이렇게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도 비리 연루자들은 멀쩡하게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등 4명은 물론이고 B씨의 어머니도 서울의 다른 구청으로 이동해 여전히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다.

다만 검찰에 고발된 경영본부장은 경영부실로 인해 직에서 물러났을 뿐이다.

이에 대해 김우영 현 은평구청장은 "주민들을 위한 복지·행정서비스를 위해 전문성이 있는 인력을 뽑아서 모자랄 판에 업무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채용됐다"며 "하지만 이들에 대해 인사조치를 하려고 해도 현행법상 처벌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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